삼성 `도쿄선언` 그땐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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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해 삼성은 대규모 집적회로(VLSI)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다.”

1983년 2월 일본에서 이병철 회장이 이 같이 지시했다. 삼성은 3월 15일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훗날 `도쿄선언`으로 불린 발표다.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첨단 산업 인프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기술 확보도 녹록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반도체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어서 기술 보호주의가 팽배했다. 삼성은 마이크론·샤프와 어렵게 손잡고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인고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그해 11월 삼성은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엔 이것이 삼성 반도체 성공 신화의 전주곡임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

삼성의 64K D램 개발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10년에서 3~4년 수준으로 단축했다. 1980년대 삼성 반도체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을 곳은 없었다. 삼성은 1992년 마침내 D램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반도체 시장 진출 10년 만에 정상에 우뚝 섰다.

이후에도 삼성은 `산 정상에서 졸면 얼어 죽는다`는 마음으로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전체 시장 1위를 차지했다. 1995년에는 S램 시장마저 장악했다. 2000년대 들어 플래시메모리와 디스플레이 구동칩 시장도 석권했다.

삼성은 19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내놨고, 2년 뒤 256M D램을 선보였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앞서나갔다. 1983년 64K D램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지 9년 만에 반도체 집적도를 1000배 올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다. 1992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이후 점유율을 세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1위로 도약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시스템반도체다. 삼성전자는 2009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강자 대열에 합류했다. CMOS 이미지센서·LCD드라이버구동칩(LDI) 등 새로운 성장동력도 이내 추가됐다. 시스템LSI사업부는 2011년 100억달러 매출을 달성하면서 회사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트렌드를 먼저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게 삼성전자의 성공 공식이다. 1980~1990년대 반도체 시장은 집적기술이 가장 중요했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64M·256M D램을 출시하면서 후발주자에서 선발주자로 변신했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 시장 경쟁 양상이 바뀌었다. 단순한 집적기술보다는 집적도를 높이는 미세공정 기술이 중요해졌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1~2세대 앞서 미세공정 전환에 투자해 후발업체를 따돌렸다. 최근에는 소비전력이 중요해지면서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