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박근혜 대통령과 에너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셰일가스 등장으로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회의 등은 우리나라에 새로운 위협과 함께 기회를 주고 있다. 후진국 모형에서 탈피하고자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국으로 가기 위한 행보로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모형을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내 여건상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에너지 관련 산업 발전이 필요했다. 1973년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일어난 석유파동은 세계적 불경기 극복과 에너지 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각인시켰다. 제1차 석유파동 이후 정부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조선·철강·화학 중심의 중화학공업 확대정책에 더욱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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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다소비 중심의 산업은 지난 2000년대 한국 경제의 부흥기를 맞이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들 산업은 중국이 지난 20년간 8% 이상의 고도성장을 경험한 데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시장 등장에 따른 새로운 수요처 확보로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중에 주 수요처였던 중국도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해 수요처에서 공급처로 전환됐다. 따라서 국내 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중국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잉여생산과 유로존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경쟁력이 상당부문 훼손됐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에너지의 등장으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었던 철강·화학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최근 에너지 헤게모니를 움켜진 국가나 지도자가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18세기 산업혁명은 풍부한 석탄자원을 바탕으로 했고 미국은 금본위 달러체제가 무너졌음에도 석유 결제통화를 기반으로 세계경제를 이끌었다. 재선에 성공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저렴한 에너지가격으로 결정적 국민 지지를 얻었다.

이제 더 이상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던 에너지 다소비 모델은 수출에 올인해야 하는 우리나라 경제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다. 33년 만에 청와대로 돌아 온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에너지 헤게모니를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0년 전과의 다른 에너지 시장 환경에 직면해 있다. 1년 전만해도 전문가들만 알았던 블랙아웃 단어를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제 3의 에너지 혁명이라고 불리는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확고한 미래비전을 갖고 비전통 에너지원에 접근한다면 우리나라의 향후 30년 에너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중동과 일부 지역에만 의존했던 에너지원을 미국·캐나다·러시아 등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의 산업군을 바꿀 만큼 에너지 경쟁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걸어왔던 상위 산업군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전기·열의 대량 소비가 요구되는 다소비 산업군, 노동경쟁력 약화도 일조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더 큰 시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 시켜야 할 때다. 국내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믹스 융합이 화두이다. 이런 용어는 에너지에 먼저 응용돼야 한다. 에너지 융합이 절실히 요청된다. 에너지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 경쟁력 있는 산업군의 진입을 가속화 시켜야 한다. 기업 혼자 힘으로 시대적 에너지 흐름을 따르기에는 역부족이란 점에서 정부는 기업 스스로 새로운 에너지원 시대의 걸맞은 자체 구조조정과 신규 사업 추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투자 지원과 세제혜택 등의 정책적 수단을 통해 신산업 구조개편을 도와줘야 한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 ceo@omnisyst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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