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자를란트(Saarland)주 자르브뤼켄시. 수도 베를린보다 프랑스 파리가 더 가까운 이곳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이 주최한 `첨단세라믹 글로벌 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한 명지대학교 `Ceramineer(김성환·오창록)`팀과 기자로 구성된 방문단이 지난주 독일을 찾았다. 다름슈타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가량을 달려 KIST 유럽사무소에 도착했다.
KIST 유럽사무소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국립 암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다. 특수 장비와 소재로 암 세포와 항체를 분리·분석하기 위해서다.
혈액 속 당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탐지하는 디바이스와 소재 기술도 연구 중이다. 사람의 호흡을 분석해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을 진단하는 `호흡 분석(Breath Analysis)` 기술은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소형 측정 모듈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사용자 호흡 정보를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송, 사전에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과학대장군` `환경여장군`. 정문에 우뚝 선 장승이 방문단을 제일 먼저 반겼다. 일행을 맞은 이호성 소장은 “KIST 유럽사무소는 한국과 유럽의 첨단 과학기술을 잇는 가교”라며 “유럽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유일한 한국 연구원”이라고 소개했다.
안내에 따라 융합생명과학그룹 연구동 입구에 들어섰다. 융합생명과학그룹은 암 보건진단과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연구동의 실내조명이 대부분 꺼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몇몇 실험실은 불이 켜졌지만 복도는 물론이고 화장실조차 어둡다.
김용준 연구원은 “한국과 달리 독일은 대부분 수입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관리는 필수”라며 “초정밀 마이크로스코프, 세포배양기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첨단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ST 유럽사무소는 올해 유럽 국가와 정책·연구·교육 협력을 강화해 한국-유럽연합(EU) 간 기술교류 및 공동 연구의 중심 거점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현지 연구를 통해 국내 과학 기술 국제화에도 앞장선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전진기지 역할도 맡는다.
이 소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우수한 과학자를 영입해 글로벌 연구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르브뤼켄(독일)=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