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국내 전기차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산·학·연·관이 뭉쳤다. 정부 지원에 목매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 다시 산업을 조장하겠다는 의지다. 전자신문은 지난 12일 국내 전기자동차 분야 16개 산·학·연·관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차 포럼`을 발족하고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와 황기현 전기자동차개조산업협회 회장을 초대 공동의장으로 선출했다.
전기차 포럼은 정부 친환경차 관련 정책지원을 포함해 올해 연말까지 전기차 산업 로드맵을 완성, 정부와 산업계에 공유한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완성차 업체 위주의 전기차 산업을 전문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체계도 갖출 계획이다.
전기차 포럼은 정부 지원정책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저속전기차·충전인프라·개조전기차 등의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전기차 산업의 바른 이해를 통한 대 국민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김필수 의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기차 산업이 정권초기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위축됐던 게 사실”이라며 “전기차 산업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실제 구매자를 고려한 시장 접근, 완성차 중심이 아닌 전문기업 간 시너지를 통한 시장 창출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보다 자생력 키울 때=정부는 2020년 `전기차 세계 4대강국` 진입을 목표로 지난 2010년 전기차를 주축으로 하는 그린카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기차 보급을 통한 산업 육성을 통해 2020년 국내 승용차 시장의 20%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세계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등 2017년까지 세계 4대 전기차 강국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차와 충전인프라 보급사업 등의 실적 저조로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축소되는 양상이다.
환경부의 올해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사업 예산은 지난해 800억원에서 279억원으로 줄었다. 지경부 민간부문 보급 예산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예상만큼 시장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늘리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에 전기차 포럼에서는 자생할 수 있는 충전인프라와 핵심 부품 및 시스템 등 한국형 전기차 모델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박광칠 환경부 전기차 보급팀장은 “수년간의 전기차 보급사업을 통해 실제 현장이 원하는 것을 파악했고 이를 업계와 공유하면서 산업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이제 민간시장을 이끌어낼 시점이 된 만큼 정부 지원책을 기다리기 보다는 업계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갈 때”라고 말했다.
원춘건 전기자동차협회장은 “정부의 지원책보다는 환경부·지경부·국토부 등에 분산된 전기차 관련 주무부처를 단일화하는 컨트롤타워가 그 어떤 지원정책보다 산업에 절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접근부터 달라야=지난 몇 년간 전기차 산업의 위축은 초기 접근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기존 완성차와 같은 용도의 차량을 만들어야 하는 기대치가 산업 활성화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이유다.
시장이 서서히 열리는 해외 시장은 세컨드 차량 개념으로 일일 60㎞ 미만의 거리를 운행하는 형태로 산업이 구성된다. 이 때문에 저속전기차나 2인용 경전기차가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개조해 소유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도 열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에 준하는 전기차를 개발하기보다 저속차나 전기차 부품, 개조차 시스템을 개발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전기차연구실장은 “전기차는 최소 2020년까지 일반 내연기관차 시장에 절반도 훨씬 못 미칠 것”이라며 “부품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개조차 산업 육성도 답이 될 수 있고 부품산업 경쟁력은 완성차 업체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희 전기연구원 전기추진연구센터장은 “전기차가 전자자동차라 불릴 만큼 전자제어 IT가 중요해 졌다”며 “업계는 자동차 운영 메커니즘 경쟁력부터 관련 기술 표준에 집중하면서 세계 시장을 준비하는 것이 한발 늦었지만 빠른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가격경쟁력·시장타깃 3박자 필수=지금까지 국내 전기차 산업은 차량의 전기적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내연기관 차량 기반의 개발이 진행됐다. 이 때문에 안전성과 부품 국산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등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시장 접근부터 완성차와 같이 한다면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품 국산화와 정부차원의 제품 규격 인증체계 마련으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민 LS산전 전기차 전장사업부 실장은 “전기차 트렌드가 400볼트 이상의 전압이 수용하는 고출력 사양인데도 쇼크나 폭발 등 안전성 기준 없이 업체별로 다르다”며 “우리의 IT 강점을 살려 안전성,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한 시장 타깃을 명확히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성능을 높이는데 집중하기보다 실제 구매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시장 접근을 달리하자는 설명이다. 여기에 안전성 검증이나 표준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임근희 센터장은 “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선에서 기업들이 부품 및 제품 인증 참여가 쉽도록 비용 등의 각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