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 55분부터 7시 30분 사이. 나로호 3차 발사의 3번째 도전이다. 나로호를 오후에 쏘는 이유는 `발사 윈도(Launching Window)` 때문이다. 우주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특정 시간으로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이라 부른다. 궤도에 진입한 위성의 태양 전지판이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나로호의 경우 12월과 1월에는 오후에만 발사 윈도가 열린다. 6월과 7월엔 오전에만 발사가 허락된다. 그러나 오전·오후 모두 발사 윈도가 있는 기간도 있다. 첫 번째 나로호 3차 발사시기였던 10월이 그랬다.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오전 발사 시 밤샘 작업에 따른 연구원들의 피로 누적 등을 고려해 오후에 발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는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언론에 정부(교육과학기술부)와 러시아가 빈번히 언급되는 이유다. 우리 측 주체는 정부지만 실제로 나로호 성공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맡은 일을 하는 주역은 바로 항우연 연구원들이다.
나로호 발사체 경우 상단(2단)과 과학위성은 해외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러시아에서 가져온 하단(1단) 발사체 관련 기술을 어깨너머로, 눈동냥으로 배우며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닦는 사람들도 항우연 연구원이다. 깜깜한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동. 한쪽 벽에 걸린 대형 태극기를 바라보며 혹시라도 자그마한 실수로 나로호 발사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지 조마조마해 하는 이들이다. 점검의 점검을 거듭하다보면 오후에 발사 윈도가 열리더라도 편한 잠을 잘 수 없는 이들은 뜬 눈으로 `우주 강국 대한민국`이란 꿈을 꾼다.
`현 정부에서 무리하게 나로호 발사를 추진한다` `두번이나 실패했는데 제대로 할 수 있는거 맞나` `러시아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거 아니냐` 나로호 3차 발사를 며칠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이런 걱정을 끝내려면 나로호가 꼭 하늘 문을 열고 우주로 향해야 한다. 밤잠 못 이루는 항우연 연구원을, 나아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을 응원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