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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R&D) 투자증가율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 6조9000억원에서 2009년 7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현대차는 이 기간 1조9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했다.
파장은 어땠을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경기침체기 기업 생존전략` 보고서에서 양사가 이후 시장 확대 비결로 이 기간 R&D 투자 확대를 꼽았다. 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2008년 6.89%에서 지난해 9.7%로 크게 늘었다. 현대차도 미국시장 기준 2007년 4.7%에서 지난해 8.7%로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이 가능한 데는 글로벌 위기 당해 경쟁사 투자 축소가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 빅4 가운데 인텔은 2008년 72억8900만달러에서 54억6100만달러로 줄였고,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24억7100만달러에서 14억26000만달러로 축소했다. 도시바 역시 3580억엔에서 3120억엔으로 투자규모를 낮췄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M·도요타·혼다 모두 2009년 전년 대비 투자를 줄였다. 2010년에는 혼다와 도요타를 제외한 반도체·자동차 6개사 모두 투자를 확대했다.
김민성 전경련 미래산업팀 조사역은 “불황기 투자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사례는 많다. 2008년 위기 때는 우리 기업이 그 사례”라며 “외국 경쟁사가 한 해 투자를 줄이고 이후 늘렸지만 우리 기업은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점유율 확대와 직결됐다”고 말했다.
이는 LCD 업계의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기업은 4세대 라인에 선제 투자를 단행해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후 여세를 몰아 R&D 투자에 집중한 결과 5세대 라인에서 일본·대만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2002년부터 세계 1위에 올라섰다. 2008년 이후 일본 소니·샤프·히타치는 R&D 투자를 31.7% 줄였으나 LG디스플레이·삼성전자는 77.8% 늘렸다. 그 결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에서 한국 기업은 46.5%, 일본 기업은 18.5%로 압도적 격차를 벌렸다.
인수합병(M&A)도 위기 탈출 해법으로 보고서는 제시했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은 인재 확보 일환으로 인수전에 나섰다. 구글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5건의 M&A 사례가 있다. LS전선은 2008년 위기를 인수합병 적기로 보고 미국의 슈페리어에색스와 중국의 홍치전선을 인수하고 R&D 투자에 집중해 세계 전선업계 10위에서 2011년 3위로 도약했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기업 투자 의지를 북돋기 위해서는 R&D 조세지원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며 “최근 국회에서 대기업에 적용하는 R&D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축소하려는 움직임은 기업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반도체 4개사 R&D 투자액 추이
인텔(백만 달러) 도시바(십억 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백만 달러) 삼성전자(조원)
【표】자동차 4개사 R&D 투자액 추이
GM(백만달러) 도요타(십억엔)
혼다(십억엔) 현대기아차(조원)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