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단상] 나폴레옹과 지식재산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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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개 나라에서 벌이지는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유독 미국 판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그만큼 미국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이 크니 미국 배심원단이 1조2000억원이라는 큰 숫자를 배상금으로 계산해낼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유럽연합(EU)은 공동체상표법(Community Trademark Regulation)과 공동체디자인법(Community Design Regulation)을 통해 하나의 상표권, 하나의 디자인권을 부여한다. 상표와 디자인에 대한 하나의 권리는 27개 EU 회원국 전역에서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다. 27개 국가로 구분된 영토가 한 시장으로 통합된 것을 뜻한다.

EU는 특허제도에서도 최근에 놀라운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유럽연합 회원국 25개국(스페인·이탈리아 제외)에서 동일하게 권리가 미치는 하나의 특허권(Unitary patent)을 부여하기로 했다. 특허권에 대한 분쟁은 소위 유럽특허법원(European Patent Court)이라는 하나의 사법시스템에서 판단한다. 이 합의내용은 2014년 1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하나의 시장에 적용되고 하나의 사법시스템(연방순회항소법원, CAFC)으로 운영되는 미국, 하나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EU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효율성이다. 전문성과 일관성으로 뒷받침되는 효율성이다.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는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원정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기 위해 험난한 봉우리를 오르자 부하들도 혹한을 무릅쓰고 결국 봉우리를 점령했다. 봉우리에 선 나폴레옹 한마디는 “여기가 아닌가보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던 부하들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내려와 나폴레옹이 가리킨 다른 봉우리에 천신만고 끝에 올라섰다. 나폴레옹의 한마디에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 “아까 거기가 맞는가보다.”

너무나도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운 이 이야기는 한 명의 리더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특허심판원·특허법원·대법원의 루트를 거쳐 특허권을 보호받게 된 기업이 같은 시기에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의 루트에서 권리가 무효라는 판단을 받는다면, 어찌 나폴레옹의 부하와 같지 않겠는가. 이렇게 비효율적인 경우가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

미국은 1982년에 특허소송사건의 항소심 관할을 집중시킨 CAFC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지역별로 특허법을 달리 해석할 수 있었던 문제점을 해소했다. EU는 반세기를 넘는 세월동안 논의해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지식재산(IP)권제도의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기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IP권제도 효율성을 점검하기 위한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IP권 수요자인 기업과 발명가가 제시한 의견을 존중해야한다. 기술·산업발전에 기여해온 과학기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IP권을 획득하고 권리범위를 판단하는 일과 절차가 몸에 배어버린 전문가의 의견과 경험을 제도개선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우리 기업이 나폴레옹의 부하가 겪은 혼란과 좌절을 경험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승룡 리앤목특허법인 변리사(leesy@leem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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