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페랑스`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창안한 개념이다. 영어의 `차이(difference)`라는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차연(差延·differance)`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차연이라는 말은 차이의 연기라는 뜻이다.
`differance(디페랑스)`는 프랑스어 `difference(차이)`의 어미 `-ence`를 `-ance`로 바꿔 만든 것으로, `다르다(differ)`라는 의미와 `연기하다·지연시키다(defer)`라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는 프랑스어 `differer(디페레)`가 포함되어 있다. 즉 `differance(디페랑스)`가 동음어인 `differer(디페레)`를 결합해 만든 것임을 알리기 위해 어미 `-ence`를 `-ance`로 바꾼 것이다. 그래서 차연은 차이(변별성)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연기 또는 지연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전문성과 전문성의 차이는 공간적으로 차이가 나며 시간적으로 지연될 뿐이다. 다른 전문성과의 부단한 접속은 곧 전문가의 부단한 학습을 의미한다. 낯선 전문성과의 부단한 접속으로 지금 수준의 전문성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을 끊임없이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금 수준의 전문성과 차이를 만들어가는 사이 전문가를 `호모 디페랑스(Homo Differance)`라고 명명한다.
호모 디페랑스는 낯선 전문가와 부단한 만남과 접속을 거쳐 기존의 전문성 수준을 높여나가면서 낯선 곳으로 탈주를 계속하는 유목적 지식인이다. 독창적인 전문 지식과 뛰어난 의술을 습득하기 위해 한 분야에 깊은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제 이러한 기본을 넘어서서 전체를 조망하는 통합적 안목과 식견, 그리고 부분 간 연관성을 이해하는 관계론적 통찰력이 요구된다.
나의 전공 영역을 중심으로 폭넓게 사고하고 조망해보면서 동시에 자신의 핵심 전공 영역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개발하고 축적하는 전문의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안목과 식견, 덕망과 혜안을 갖춘 진정한 전문의가 아닐까. 나아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전문의들과 자주 학술 교류와 대화를 하면서 몸 전체의 건강 증진과 환자가 만족하고 감동하는 의료 서비스 제공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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