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객관적인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며, 주관적인 것은 객관적이지 않고 비합리적이어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논문을 쓰는 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 아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의 모색일 것이다. 논문을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으로 쓰거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선택보다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선택을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한다면 그 논문은 학계에서 당연히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석·박사 학위 논문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학위 논문에 작성 주체의 주관적인 의견이나 감정이 개입될 경우, 신뢰성과 타당성에 심각한 손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심한 비판적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논문을 객관적으로 쓰기 때문에 논문을 읽으면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닐까? 논문 뒤의 감사의 글을 읽으면 눈물이 나지만 논문을 읽으면 골치가 아픈 때가 많다. 논문을 객관적으로 쓰고 논문 뒤의 감사의 글은 주관적으로 쓴다.
객관적인 글은 주로 논리적인 이성, 즉 머리에서 나오고 주관적인 글은 주로 감성적인 느낌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객관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무엇인 가장 객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개인의 주관적 의견이 다른 사람의 주관적인 의견과 만나면 간주관성(間主觀性)이 생긴다. 한 사람의 주관은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주관과 만나 상호 주관적인 의견을 만들어간다. 그 결과 생기는 간주관성이 가장 객관적인 의견이다. 이런 간주관성은 머리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의견을 벗어나 몸으로 직접 체험하면서 체득한 사실이나 지식을 의미하는 신체성의 공유과정에서 생긴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에 따르면 상대와 인간적으로 마주보면서 정신이나 의식보다 신체적 공감이 이뤄지는 순간이 바로 간신체성(間身體性)이 형성되는 순간이다. 인간은 타인과 신체적으로 시·공간을 공유하고 접촉함으로써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좀 더 큰 상호주관성 또는 간주관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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