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나로호 `믿고 맡기자`

Photo Image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3차 발사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로 분주하다. 발사가 지연됐던 원인 분석이 끝났고 문제가 됐던 부품도 러시아에서 조만간 공수된다. 날씨 등을 감안해 혹시 늦더라도 올해 안에는 발사 성공이 결판난다. 러시아 측과 계약한 5년이 내년 2월이면 모두 끝나므로 우리는 물론이고 러시아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2003년 시동을 건 나로호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발사와 함께 끝이 난다.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우리가 3차 성공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렇다고 나로호 발사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성공하면? 우주 프로젝트에 신기원을 이루면서 새로운 발판(모멘텀)이 된다. 실패하면? 마치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일시에 `중단(올스톱)`될 것처럼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성공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실패해도 손해 볼 것 없다. 나로호 발사는 우주강국 건설이라는 원대한 목표로 가는 일종의 징검다리일 뿐이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더 값진 재산이다.

오히려 10년 동안에 얻은 보이지 않는 `암묵지`가 훨씬 더 소중하다. 진행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타깝지만 우주 분야는 막 걸음마를 뗀 신생아 수준임을 절감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만 해도 1970년대 자체 로켓을 발사했지만 우리는 2020년께 발사한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운 실정이다. 단순히 수치만 비교해도 50년이라는 엄청난 경쟁력 `갭(gap)`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우주산업 자체가 각 나라의 `절대 보안` 영역이어서 극도로 기술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러시아와 공동 개발을 약속했지만 발사체 나사와 같은 부품 도면 하나 얻기 힘들 정도로 철저히 보안 속에 이뤄져 우리를 애타게 했다. 러시아를 욕할 수 있지만 그것이 글로벌 우주 시장의 현실이다. 우주산업은 반도체·자동차·조선과 같은 산업과 전혀 차원이 다른 영역인 셈이다.

이 때문에 우주산업은 절대적으로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5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주산업을 육성할 인력·자본·기술 등 모든 인프라가 최소 20∼30년 차이가 난다. 변변한 우주 전담기관 하나 없는 것이 부인하기 힘든 현주소다. 나로호 사업에 투입된 개발비 8000억원도 적은 돈이 아니지만 값진 수업료로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현실이다. 우주산업은 긴 안목에서 단계별로 밟고 올라가야 한다.

나로호 발사를 앞두고도 “나로호를 통해 배운 게 없다” “러시아에 돈만 퍼주었다” “나로호 투자가 모두 매몰비용이다” 등 말이 무성하다. 모두 애정 어린 비판이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믿고 맡겨야 한다. 파트너인 러시아를 인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해 나로호에 직접 연관된 우리 기업을 믿어야 한다. 그게 우주강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강병준 벤처과학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