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자동차의 미래 `전장(電裝)`이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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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 애플은 이날 GM·벤츠·BMW·아우디 등이 생산하는 차량에 내년부터 `시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성 제어 프로그램인 시리를 자동차 내 시스템과 통합시켜, 운전자들이 손을 떼지 않고도 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고 목적지까지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날의 행사는 자동차와 스마트폰(통신)의 결합, `똑똑한` 자동차의 출현을 알리는 예고였다.

◇스마트카의 중심 `전장(電裝)`

자동차는 기계공업의 총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장의 집합체다. 전장이란 한 마디로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 및 전자장치를 의미한다.

양산형 자동차의 원형은 189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불꽃점화장치(1886년), 시동모터(1912년), 직류발전기(1930년)의 발명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동차를 실현시켰다.

이후 100년이 지난 현재 자동차의 대부분 기능은 반도체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대만 해도 반도체 소자는 교류발전기에서 발생한 전류를 직류로 변환하기 위해 `실리콘 정류소자` 등 몇몇을 쓰는데 그쳤다.

하지만 현재 모든 자동차의 점화 제어 시스템은 반도체로 움직이고 연료 분사량과 타이밍도 정확히 전자적으로 제어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의 동력은 전자제어 없이 실현되지 않고, 각종 센서로 장애물을 검출해 충돌을 예방하는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웬만큼 악조건이 겹치지 않는 한 엔진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도 전자제어에 있다.

◇왜 자동차 전장인가

전장화 추세는 안전하고 편리한, 동시에 친환경적인 자동차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전장 부품은 크게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에 들어가는 전기장치, 차선이탈방지시스템이나 에어백과 같은 안전장치, 텔레매틱스 등의 편의장치로 크게 나뉜다. 첨단에어백·MDPS(전자식 조향장치)·MEB(전자브레이크시스템)·운전자정보시스템 등이 일례다. 모두 하나 같이 전자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전장부품의 사용 비중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자동차 제조 원가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4년 19%에서 오는 2015년에는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1200억달러(약 138조원)에서 2000억달러(약 230조원) 성장을 예상했다. 자동차를 `달리는 기계`에서 `달리는 전자제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각종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수요도 커진다. 시장 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10년 179억달러(20조2000억원)에서 2015년 290억달러(32조7000억원)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기업 격전지

이렇다 보니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전자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기업들까지 전장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장(電裝) 부품 산업이 `전장(戰場)`이 되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가 LG그룹이다. LG화학(배터리), LG이노텍(모터·센서), LG CNS(충전), LG하우시스(범퍼·카시트), 브이이엔에스(자동차 설계) 등을 통해 폭넓게 준비 중이다. 이 중에서도 브이이엔에스가 업계 관심의 대상이다. 브이이엔에스는 오는 2015년까지 인천에 약 3만평 규모의 전기차 부품 연구 및 생산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1단계로 동력 변환 장치(인버터)와 기후 컨트롤 시스템 등 주요 전기차 부품을 연구하고 시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2단계로 전기차 배터리팩을 설계하고 조립 생산하는 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LG그룹 자동차 관련 사업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오트론이 주목받고 있다. 올 4월 출범한 현대오트론은 `자동차 전자제어 글로벌 리더`라는 비전 아래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전자제어시스템과 차량용 반도체 독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토모티브(Automotive)`와 전자기술을 의미하는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를 합쳐 차량용 전자제어 전문기업이라는 의미의 사명을 지었다.

이 밖에 효성은 국산 1호 양산형 고속 전기차 `블루온`과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말 출시한 `레이EV`에 전기차의 심장인 모터를 공급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LS그룹도 LS산전(EV릴레이-전력조절장치)을 필두로 대성전기(전장부품) 등이 전장 분야에 발을 담고 영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첨단 전장 부품과 이를 이루는 주문형 반도체, 그리고 IT화된 인포테인먼트 장치 등 차별화된 요소를 누가 먼저 갖느냐가 생존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이미 자동차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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