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대신 창업 선택…`용감한 고교생들`

초겨울 추위가 극성이다. `입시 한파` 정도는 아니지만 수능이면 오는 매서운 추위다. 이른 아침, 옷깃을 여미고 수험장으로 떠나는 대한민국 고3에게 수능은 일생일대 승부처다.

Photo Image
김정인 군

창원 신월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김정인군도 다른 고3 학생과 마찬가지로 8일 수능에 응시한다. 하지만 그에게 수능은 특별하지 않다. 창업이란 `특별한` 길을 선택해 대학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안현웅군에게 수능일은 휴일이다. 인문계고(대원고) 3학년이지만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는 길에 굳이 대학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다. 수능일 일과는 대신에 게임 개발 회의를 한다. 전수열군은 아예 수능과 무관하다. 지난해 11월 학교를 자퇴했다. IT 특성화고였지만 IT 교육보다 입시 교육이 많았다. 학교를 그만둔 후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에 참가했고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수험 준비로 바빴던 여느 고3만큼 창업을 선택한 세 용사도 올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김정인군은 8월 전국청소년창업협회를 설립했다. 청소년 창업 열기 확산과 창업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목표다. 협회 활동뿐 아니다. 창업을 위해 매주 창원과 서울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금요일 저녁에 서울에 올라와 주말 동안 창업을 준비하고 일요일 저녁 다시 창원으로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이달 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보인다.

안현웅군은 `특별한 재미를 가진 게임을 만들자`는 기치 아래 `에스피 재밍(SP Jaming)`이란 1인 기업을 만들고 다음 달 소셜게임 `원더빌리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자습시간에 친구들이 교과서를 볼 때 그는 노트북을 꺼내놓고 개발에 몰두했다. 전수열군은 `조이플`이란 스타트업 대표를 맡았다. 이르면 이달 말 요리 관련 SNS를 선보인다. 창업 준비와 함께 SW마에스트로 최종 10인에도 선정됐다. 전군은 “올해 1년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컴퓨터 앞에서 씨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세 친구 모두 어린 나이에 창업한 이유로 `나를 위한,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물론 책임까지 자신이 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안현웅군은 “창업이 아니면 어린 나이에 주도적으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창업은 기획과 개발,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오롯이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수능 대신 창업을 택했지만 대학 생활에 미련이 없는 걸까. 안형웅군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김정인군과 전수열군은 지금은 창업 준비로 바쁘니 향후 기회가 되면 생각해 본다는 입장이다.

세 친구 모두 연내에 서비스를 내놓는다. 청년창업가로 첫발을 내디디는 셈이다. 같은 나이에 IT기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비전은 무엇일까. 안군은 게임 이외 분야에 게임 요소를 적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문가가 목표다. 전군은 사람들이 즐겁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군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가를 꿈꾼다. 그는 “전국청소년창업협회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창업을 넣는 것이 목표”라며 “청소년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