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이 출원한 특허는 `특허 전쟁`에서 공격 수단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 경쟁사의 기술이 자사 기술을 침해하는 것을 막는 `방어형` 특허다. 특허를 기술 방어에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가 회사 경쟁력이다. 외부에서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고슴도치` 특허 경영과 연구개발(R&D)을 실현한 곳이 엘아이지(LIG)에이디피다.
LIG에이디피 LCD 생산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 진공과 검사 장비에 LED 장비 분야 기술 확보를 위해 활발한 R&D를 진행한다. LIG에이디피 전체 인력 가운데 20%를 R&D 분야에 투입시켰다. 연구과제에 따라 R&D지원팀을 꾸려 융통성 있게 사람을 배치하기 때문에 실제 R&D 인력은 3~40%를 넘는다. 상황에 맞춰 인재를 적재적소로 배치해 R&D 효율성을 배가시켰다.
오기영 LIG에이디피 R&D센터장은 “기술은 사람이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질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며 “연구소에는 반도체·LED·태양전지 등 다양한 기술적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LIG에이디피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이유는 기술 다양성이 앞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할 때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인재경영을 중요시 하는 LIG에이디피는 연구인력 사이의 소통을 강조한다. 오 센터장은 “회사의 업무 효율을 위해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2달에 한번 씩 간담회를 열어 개인적 취미나 관심사 등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시작한 간담회지만 5~6명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니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팀원들의 수동적 자세가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줄어드니 업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셈이다. 상반기·하반기 두차례로 나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공과대학 교수를 초빙해 현재 기술 동향과 이론적 이해를 돕고 있다.
엔지니어가 R&D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 센터장 의견이다. 그는 “기술에는 일류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주변 사람에게 잘 전달해 이해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며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프레젠테이션 기술도 엔지니어가 갖춰야할 능력이다”고 밝혔다. 기술경영을 시작을 엔지니어의 능력에서 찾은 것이다.
소통과 교육. 그 결과는 기술개발 성과로 나타났다. LIG에이디피가 설립 초부터 지금까지 출원한 특허는 1400여건에 이른다. 오 센터장은 “기술 특허의 질도 중요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양도 중요하다”며 “일단 양을 확보하면 외부에서 기술 침해를 할 생각을 못한다”고 밝혔다.
LIG에이디피의 지상과제는 R&D인력 연구 성과에 대해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을까`다. 보상은 사람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오 센터장은 “특허를 많이 출원한 인재에게는 관련 특허로 번 이익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연구 성과에 따라 연말 보상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센터장은 개인적으로 특허 품질 향상을 위해 특허 실시권을 개발 인력과 공유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특허가 라이선싱을 통해 외부 로열티가 발생하면 그 이익을 특허를 출원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방안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