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이상과 현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사람이 만났다. 대선이라는 무대에 오른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다. 문 후보는 정권 교체 열망을 바탕으로 제1 야당 대선 후보가 됐다. 안 후보는 새로운 정치의 기대와 2030세대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 유력 주자가 됐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운명이다. 남은 48일간의 대선 기간 중 두 후보가 손을 잡는 단일화 또는 연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정이다. 목적을 향해 수단과 방법을 정당화한다면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받기 어렵다. 이야기가 없는 기계적 결합은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는 아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화학적 결합, 가치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최소한 두 캠프 간 시각차를 줄이거나 동일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공통점도 많지만, 결정적으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지만 `정치개혁`을 놓고 여전히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정당정치에도 이견을 보였다. 안 후보의 눈에는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개혁 대상이다.

대립각을 세우는 대표적인 사안이 국회의원 정수 조정이다. 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안 후보의 견해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 신인 정치인의 말로 폄하된다. 200명으로는 방대한 규모의 행정부를 감시할 수 없고 3권 분립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게 민주당의 반대 논리다.

안 후보 시각에서는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대한민국 개혁의 첫 단추다.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이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을 지지한다. 그런데 기존 정치권의 `현실론`은 우리나라 정치를 전면 바꾸겠다고 나선 안 후보를 이상주의자로 만들었다.

3자 대결에서 줄곧 3위를 기록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소폭 상승세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여야만 두 사람 간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김원석 대선팀 차장 stone20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