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03>꾸미지 말고 가꿉시다:`가꾸다`와 `꾸미다`의 차이

살다 보면 자신이나 자신이 만든 작품을 꾸미거나 가꾸는 게 필요하다. 꾸미는 일은 겉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포장(包裝)을 하거나 화장(化粧)을 해서 겉모습과 다르게 보이기 위한 가장(假裝)이나 위장(僞裝)이다. 이에 비해 가꾼다는 의미는 겉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나 본질적 속성을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의미다.

가꾸는 것은 본래 가지고 있는 성질이 잘 드러나게 하거나 더 낫게 하는 일이다. 그러나 꾸미는 것은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을 살리는 의미보다 어떤 것을 덧붙이거나, 본래의 성질을 변화시켜 다른 것이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어서 인위성이 강하다.

가꿀 게 없으면 꾸미기 시작한다. 가꾸는 것은 굳이 꾸미지 않는다. 꾸민다는 것은 꿍꿍이속이 있어서 허위와 가장(假裝)으로 치장(治粧)하는 것이다. 꾸밈이 없고 자연 그대로의 정체가 드러날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지 말고 본래 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재능을 가꿔야 `나다운 나`가 된다.

꾸미는 것은 외관과 형식을 중시하지만 가꾸는 것은 본질과 본성에 중점을 둔다. 꾸미기 시작하는 사람과 가꾸기 시작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차이가 더욱 현격하게 벌어진다. 꾸미는 사람은 더욱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가꾸는 사람은 더욱 치열하게 내면을 파고든다. 꾸미는 사람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꾸는 사람은 오로지 자기다움을 표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꾸미는 사람은 꾸밈으로 남과 다른 차별화를 추구하지만, 가꾸는 사람은 꾸밈없이 가꿈으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전력투구한다.

꾸밈은 `속임`이지만 가꿈은 `드러냄`이다. 꾸미는 사람은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절묘히 포장하는 데 주력하지만, 가꾸는 사람은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꾸밈은 우렁찬 `외침`이지만, 가꿈은 조용한 `속삭임`이다. 꾸미는 사람은 보다 큰소리로 자신을 봐달라고 외치지만, 가꾸는 사람은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다듬는 데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노력한다. 당신은 지금 꾸미고 있나, 가꾸고 있나.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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