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87>경험과 체험:주관적 체험이 객관적 경험보다 힘이 세다!

비슷한 말 같지만 차이가 있는 것 같은 두 개의 단어, 바로 경험과 체험이다.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아서 운전수가 운전하는 대로 가면 자신이 어디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직접 운전해본 사람은 조수석에 앉아서 온 사람보다 훨씬 잘 기억한다. 체험은 운전을 직접 하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의 남다른 고민과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직접 몸으로 겪는 과정을 지칭한다.

경험은 어떤 일이 내게 일어났지만 특별한 기억이나 추억으로 간직되지 않았거나 의미 부여가 되지 않아서 스쳐 지나간 흔적을 말한다. 경험은 당사자의 주관적 가치 판단이나 의미 부여가 배제된 상태를 지칭한다. 반면에 체험은 사람마다 동일한 상황에서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으며 피부에 와 닿는 과정도 달라서 개인적이고 구체적이다. 경험이 객관적이고 추상적이라면, 체험은 주관적이고 구체적이다.

동일한 체험을 했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인식 수준과 깊이, 깨닫는 교훈과 의미가 다른 것은 그 경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체험은 특정한 개인이 특수한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일이기에 보편적인 언어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본인이 체험하는 과정에서 몸소 부딪히고 느낀 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내 느낌을 앎으로 표현하면 직접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되지 않는다.

개인의 특수한 체험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돼 공감을 준다면 체험은 이제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서 체험한 산통을 아이를 낳아본 체험이 없는 남자들에게 아무리 설명한들 남자들이 이해할 길이 없다. 다른 사람의 체험이 나에게는 누군가 체험한 경험으로 들릴 뿐이다. `경험의 체험화`는 나만의 독창적인 지식을 특수화해 탄생하는 것이며, `체험의 경험화`는 나만의 독창적인 지식이 일반화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경험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체험으로 체화하지 않으면 먼발치에서 들리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체험 없는 경험은 공허할 뿐이고, 생각 없는 체험은 맹목일 뿐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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