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SW개발인력은 필요한데…

대입 학력고사 전국 1등. 청년시절 정보기술(IT) 업계에 뛰어든 벤처기업가. `아이라이크스쿨`에 이어 `싸이랜드`로 대박을 터뜨린 성공벤처 사업가. 자신이 번 돈을 모조리 사회에 환원하고 대학 강단에 섰고 나중에 대선에 도전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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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후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남자 주인공 윤윤제의 형으로 등장하는 윤태웅이다. 대입 학력고사 전국 1등을 하고도 어린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일류대를 포기하고 지역 대학으로 진학했고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동생의 대학합격 소식을 들은 후에야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에 몰입했다. 방안을 어지럽게 뒹구는 신문지와 짜장면 그릇, 컵라면 용기, PC는 흡사 게임중독에 빠진 폐인처럼 묘사됐다. 프로그램을 짜는데 며칠 밤새는 것은 기본이다. 직원들 몇 명이 달라붙어도 힘들어하는 코딩작업을 밤새 뚝딱 처리하고 연애사업도 곧잘 한다. 어느 정도 과장된 장면은 있겠지만 SW개발자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1990년대 말 벤처붐 때만해도 성공을 꿈꾸며 벤처기업을 두드리던 젊은 SW개발자들을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에서도 IT관련 학과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미달 사태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학과를 없애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하기도 한다.

SW개발 직종이 3D업종으로 취급받은 지 오래됐다. 일은 힘든데 대우는 다른 직종에 비해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짜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건설 일용직은 비오는 날 쉬기라도 하지만 SW개발자는 비오는 날도 일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요즘엔 대학 커리큘럼도 변화했다고 한다. 과거엔 SW개발에 필요한 언어를 기본적으로 가르쳤지만 요즘엔 콘텐츠 위주 교육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업은 IT전공 졸업생을 채용하고도 실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짜는 수준까지 교육하는데 드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상황이다.

SW개발을 기피하는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다. 이웃 일본은 벌써 SW개발 업무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미국이 인도에서 SW를 개발해서 들여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SW개발을 인도나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

정부도 SW개발 인력 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양이다. 작년 IT역량지수(TOPCIT)를 개발해 보급에 나선 것도 SW개발인력 양성과 무관하지 않다. SW개발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SW개발자가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한다. 상응하는 처우는 필수다. SW개발자가 대우 받으려면 SW에 대한 온당한 가치 책정이 필요하다. 더 시급한 것은 복제해서 쓰면 된다는 인식을 하루빨리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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