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79>때(dirt)와 때(timing):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사람은 다 때(dirt)가 있는 법이다. 어느 목욕탕 간판의 문구다. 여기서 때는 시의적절한 타이밍을 의미할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때(timing)가 있다. 다만 언제 그 꽃이 필 것인지 시기가 문제다. 그때를 기다려야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때가 올 것이다.

봄에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한 여름의 열기를 담고 피는 꽃도 있다. 서늘한 가을에 멋스러움을 한껏 자랑하면서 피는 꽃도 있고 한겨울 엄동설한의 추위를 견디며 피는 꽃도 있다. 봄에 피는 꽃이 다른 꽃보다 아름답다는 기준도 증거도 없다. 다만 때가 되어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자연에 있는 모든 꽃들에게 이른 봄이 오면 꽃을 피우라고 강권한다면 그때부터 자연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때를 맞춰 꽃을 피우는 생명체가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 피는 꽃은 봄에 피는 꽃과 비교해 질투하고 시기하지 않으며, 가을에 피는 꽃과 겨울에 피는 꽃도 앞서 피운 꽃과 비교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다움으로 남다름을 증명할 뿐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자신이 언제 꽃을 피워야 할지를 오랜 생활을 통해 스스로 터득했을 뿐이다.

그런데 봄에 피는 꽃은 봄에 꽃을 피울 준비를 하지 않고 한겨울부터 준비한다는 사실이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새봄의 희망을 싹틔우는 것이다.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때가 되면 정열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앗을 남긴다. 여름에 피는 꽃은 이른 봄부터 꽃피울 준비를 시작해서 다른 식물이 무더위에 지쳐 흐느적거릴 때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다음을 기약한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그냥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언제 올지 모르는 때를 만나기 위해 평소 치밀하고 치열한 준비를 한다.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때를 맞이하기 위해 조용한 격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때가 안 온다고 불평불만을 터뜨리지 말고 때를 포착할 실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자. 기회는 기다림 끝에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다. 그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조용하지만 치밀하고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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