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소비자가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 제공 차원이다(삼성전자)`vs`KS로 규정된 방법 이외의 비교 테스트는 사실 왜곡이다(LG전자)`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된 삼성과 LG의 냉장고 용량 경쟁에 대해 양사의 의견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선공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자사 900리터 냉장고가 실용량에서 LG 910리터 냉장고보다 더 앞선다는 점을 강조한 영상물을 지난달 22일 외부에 올리면서 먼저 공세에 나섰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법으로 정한 규정에 따른 측정법을 무시했고, 상대방을 비방한 것이라며 소송으로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에 재발방지와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에 이어 법적 소송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냉장고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제정, 공표한 KS규격(KS C IEC 62552)에 따라 측정한 `전체 유효내용적`을 표기하도록 돼 있다. `전체 유효내용적`은 KS규격의 측정법에 의거해 설계 실측치를 측정, 계산하여 표기한다. 냉장고 도어를 닫고 내부 부속품을 제거한 상태에서 측정한 `총 용적`에서 냉각기 및 각종 온도조절장치 등 사용할 수 없는 공간(Dead Space)을 제외한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의미한다.
LG전자는 `물 붓기`는 실제 사용하지 않는 공간까지 포함하고 `캔 넣기`는 오히려 사용 가능한 공간을 임의로 누락하는 등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물과 캔을 넣은 실사용 용량에서 자사 제품이 우위에 선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단순 총 용적보다 실제 물건을 담는 공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S를 관할하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삼성전자의 냉장고 용량비교 1차 동영상 이후 `부적절` 하다는 의견을 이미 삼성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표원 관계자는 “유튜브에 올라온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영상에 대해 삼성전자 담당자를 불러 재발 방지를 구두 지시했다”며 “국가에서 정한 측정방법 이외에 기준을 내놔 소비자에게 혼돈을 줄 수 있고,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평가도 개별 기업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표원은 국가표준을 제정·관리하고 인증업무를 주관하는 정부기구다. 업체가 내놓는 제품은 기표원의 KS 기준에 따라 인증을 받아 제품을 출시한다. 다만, 기표원은 관련 규제 권한은 없다.
기표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 삼성전자는 2차 동영상까지 올리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까지 사전에 고려했다는 것이다. 제품 기능에서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규격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대용량화가 진전되는 시점에서 객관적 방법을 활용해 사실관계를 알리려 했다”며 “삼성 유튜브 영상은 화면에 자체 실험기준임을 명시했고, 비교기준이 동일해 LG가 주장하듯 기만, 허위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에 이어 민·형사 소송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에 따른 결과는 통상 2~4개월후 나오게 된다.
표1. 삼성전자, LG전자 냉장고 용량 소송 관련 일지
-8월 22일:삼성전자가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유튜브 및 블로그 게재
삼성전자 857리터 냉장고와 LG전자 870리터 제품 비교
-9월 18일:LG전자가 삼성전자에 내용증명 발송
해당 광고 즉각 중지, 사과의 의사표시 및 책임자의 문책 요구
-9월 21일:삼성전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2탄` 게재
삼성 900리터와 LG 910리터 제품 비교 영상
-9월 24일:LG전자 `부당광고행위 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