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전기차` 꿈꾸는 폭스바겐 이(e)골프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 폭스바겐이 내년부터 전기차를 본격 출시한다. 그에 앞서 18개 나라를 전기차 전략국가로 선정했으며, 이들 나라를 돌며 `골프-e-블루모션 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도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략국가에 해당되어 2014년에는 순수 전기차가 도입될 예정이라, 얼마 전 로드쇼를 위해 다섯 대의 골프 블루-e-모션이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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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2013년 해외에서 출시할 전기차는 소형차인 `e-up!`과 `골프 블루-e-모션`, 두 차종이다. 골프 블루-e-모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 친숙한 준중형 해치백 모델 `골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기자동차이다. 차체에 붙은 스티커를 제외하면 일반 골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데, 이 점이 골프 블루-e-모션의 핵심 중 하나다. 대량 판매되는 양산차의 부품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주유구 덮개 안쪽, 그리고 전방 그릴의 폭스바겐 상표 뒤에는 충전 소켓이 들어있다. 선루프에 태양전지가 내장된 것도 특징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는 보조 전원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주차된 차량의 실내온도를 조절하는데도 쓰인다. 실내도 얼핏 보기에는 일반 골프와 동일하다. 배터리를 탑재하느라 트렁크 바닥이 살짝 높아진 정도다. 기존 골프의 틀 안에서 전기 차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세심한 개조가 이루어졌다. 전용 계기판이 달리고, 변속기에 적힌 글자, 버튼의 아이콘이 바뀌는 등 겉보기에는 아주 소소한 부분들이지만, 어디에서도 이것이 시험용 차라는 느낌은 받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 높게 만들어졌다.

시동키를 돌리면 계기판에 `READY`라는 글자가 뜰 뿐, 차가 깨어났음을 알리는 소리나 진동은 없다. 평소 운전하던 대로 변속기 레버를 D에 옮기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그뿐, 바로 땅을 치고 나간다. 엔진룸에 낮게 자리한 전기모터는 115마력, 27.6kg.m의 최대 힘을 낸다. 골프 1.6 디젤보다는 낫지만 2.0 디젤보다는 못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정 회전수에 도달해야 비로소 힘을 쓸 수 있는 일반 엔진과 달리 전기모터는 시작과 함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단순비교가 불가한 운전경험을 얻을 수 있다. 0-100km/h 가속시간은 11.8초로 골프 1.6 디젤과 비슷하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는 엔진 소음이 없다는 점 때문에 신선하고 쾌적한 가속감을 맛볼 수 있다. 아무리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일반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저소음, 저진동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전기차 모드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카들과도 구별되는 주행 특성을 가졌다. 저속에서 들리는 보행자 보호용 가짜 엔진 소리에 잠시 주의를 빼앗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배터리 배치로 인해 뒤쪽이 무거워졌음을 의식하게 되지만, 전반적인 핸들링은 자연스럽다. 타다 보면 전기차라는 이질감을 금세 잊게 될 정도다. 짧다면 짧은 시승이었지만, 다음에 차를 사게 되면 전기차를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에는 충분했다.

골프 블루-e-모션은 최고속도가 135km/h에서 제한되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50km에 불과하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출퇴근이나 쇼핑 등 웬만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존의 6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한 이번 골프 블루-e-모션과 달리, 내년부터 시판될 차량은 전기 구동계까지 고려해 완전히 새로 개발된 플랫폼의 7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한다니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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