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을 보지 말고 별을 바라보라.” 영국의 전신 마비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런던 장애인 올림픽(Paralympics) 개막식 연설에서 세계인에게 던진 메시지다.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호킹 박사는 컴퓨터 음성 인식기를 이용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창조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삶이 아무리 어려워 보일지라도 언제나 우리는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많은 인물이 초대됐지만 주인공은 호킹 박사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사람인 호킹 박사의 연설은 그 자신이 장애를 이겼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스물 한 살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그는 고작 한두 해 살 수 있다는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았다. 그는 옥스퍼드대학 시절에는 조정선수로 활약할 만큼 건강했지만, 잔인한 병은 서서히 그의 온몸을 마비시켰다.
루게릭병은 의식과 감각, 지능은 그대로지만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점점 온몸의 근육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온몸이 마비돼 서서히 죽음을 맞게 되는 끔찍한 병이다. 우리나라에도 1500여명이나 되는 환자가 고통받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다.
호킹 박사의 신체 중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곤 왼손 손가락 두 개와 얼굴 근육의 극히 일부분뿐이다. 폐렴으로 기관지 제거 수술을 받은 후 목소리마저 잃었다. 하지만 그는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은 한 인간의 도전은 런던 장애인 올림픽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그의 연설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온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런던 올림픽이 17일이라는 대장정을 마친 후 장애인 선수들의 감동적인 도전 무대인 장애인 올림픽이 시작됐다. 사상 최대 규모인 166개국 7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열린 런던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한계를 뛰어넘는 인류의 도전이 펼쳐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종합 12위라는 성과를 얻었다. 순위보다 더 값진 것은 선수들의 열정이었다. 그들은 장애를 받아들이고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까지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 노력했을 것이다. 숱한 고난과 장애를 극복한 감동의 휴먼 드라마가 스포츠라는 또 하나의 열기와 섞여 꿈을 잃었던 사람들에게 하늘을 볼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이다.
17일부터 20일까지 또 하나의 도전이 이루어진다. 인천 송도에서 `2012 제29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정규직종 20개, 시범직종 6개, 레저 및 생활기능직종 9개 등 총 35개 직종에 364명의 장애인 선수가 참가한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능영역에서 메달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한 선수들이 참가해 세계 최고 기능 솜씨를 자랑한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세계적인 기능 인력을 배출하는 관문이다. 그간 개최된 여덟 번의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5회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능 강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세계 최고를 꿈꾸는 별들의 전쟁터인 셈이다.
장애는 차이일 뿐이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한 선수들이 별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각자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인만의 잔치가 되지 않고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응원이 절실하다.
김종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기획관리이사 jjkim@kea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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