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건조 처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던 A사는 B사에게 기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기기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감정평가사에 성능 평가를 맡겼다. 감정 결과 시간당 5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처리 결과 수분 함유량이 15~20%를 유지한다고 검증됐다. B사는 구입 계약을 맺고 실제 가동을 한 결과 계약 조건과 다른 성능을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B사는 A사를 상대로 계약 조건 위반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기술사에 재 감정 신청을 했고 감정 결과 시간당 1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었고 수분 함유량도 높았다.
기계·기기 등 동산 가치를 평가를 통해 담보 대출을 받을 때 이공계 전문가인 기술사가 참여해 감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으로 늘어날 동산 담보 대출 시장 활성화를 준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기술사회는 “동산 가치 평가 시 동산 감정의 품질을 유지하고 개선해 담보 대출시 기업과 은행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사는 현재 법원에서 의뢰하는 기계·기기 등 동산 기술 감정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시행된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동산 담보 대출의 감정 평가에서 기술사 참여가 불가하다. 감정 평가는 감정평가사에게만 문이 열려있다.
김낙응 대한기술사회 고문은 “지금까지 부동산 가치를 평가했던 감정평가사가 기계·기기 등 동산 가치도 평가하는 것은 기존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관련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기기의 구조·기능·품질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평가가 필요한데 이공계 대학 졸업 후 관련 분야에서 6년 이상 기술경력을 쌓아 자격을 얻은 기술사의 참여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만큼 동산 감정평가에 대한 전문적 평가로 동산담보 대출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 대한기술사회의 생각이다. 2010년 말 우리나라 중소기업담보대출 중 동산담보 대출의 비중은 0.01%로 639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자산 중 동산 비중은 60%에 이른다. 1962년부터 동산담보 대출을 시작한 미국의 경우 대출 잔고 전체의 20%를 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