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극자외선을 이용한 반응을 통해 산화물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원리를 밝혀냈다. 열에 약한 플라스틱 기판에도 반도체를 만들어 제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박성규 중앙대 교수 연구팀은 “산화물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용액 물질에 극자외선을 쬐어 물질과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새로운 에너지 전달체계를 알아냈다”고 6일 밝혔다. 박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플리스틱과 같은 유연한 기판에 집적 회로를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LCD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해온 유기물과 박막 실리콘은 투명도가 낮고 전자 이동이 느리다. OLED 같은 빠르고 높은 투명도가 필요한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부적합하다.
이에 반해 산화물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소자에 비해 투명하고 수분이나 공기의 반응성이 낮아 용액 공정이 쉽다. 10배 이상의 전기 이동도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용액형 산화물 반도체는 고온(350~500℃) 열처리를 통해 제작해야한다. 이 반도체 공정으로는 휘는 디스플레이나 열에 약한 플라스틱 기판에 적용할 수 없었다.
박 교수팀은 “파장이 300㎚ 이하의 빛인 극자외선을 물질에 쏘아 반도체 박막을 형성하고 반도체 소자와 집적회로를 구현해 냈다”고 밝혔다. 빛을 이용한 에너지 전달체계 원천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연구를 통해 열처리를 위해 대형 장비를 사용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온에서 물질의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쉽게 반도체 제작이 가능해 졌다. 점차 대형화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 큰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 박 교수의 의견이다.
연구결과는 반도체 뿐 아니라 의료·바이오산업에 필수적인 세라믹·절연체·도체 등 대부분 물질에 적용할 수 있어 관련 응용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여러 가지 분야에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반응시간과 온도조절 등 아직 해결부분이 남아있다”면서도 “다양한 소재에 응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한 만큼 새로운 에너지 전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높였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박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지 6일자에 게재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