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임시 주총 철회 제안”…한미약품 “진정성 의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오는 19일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철회를 공식 제안하면서 오너가 경영권 분쟁 전환점을 맞을 지 주목된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 방지를 위한 화해 손을 먼저 내밀었지만, 같은 목소리를 내왔던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미묘한 온도차가 있는데다 한미약품마저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임시주총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 사내이사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오는 19일 예정된 주력 계열사 한미약품 임시 주총 철회를 공식 제안했다.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와의 책임 있는 논의가 시급하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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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임종윤·종훈 형제측은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각각 이사에서 해임하고 박준석, 장영길 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이 구성한 '4인 연합'과 갈등을 빚어왔다.

임 사내이사가 돌연 임시 주총 취소와 경영권 분쟁 해소를 촉구한 것은 지난 1월 시작된 창업주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1년간 지속되면서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임 이사는 입장문에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 주주 신뢰는 물론 회사의 안정적 발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은 계열사 이사진과 모든 주주들이 협력해 그룹의 발전 방향과 주주 가치를 보호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 10월 말 5만2000원 선에서 경영권 분쟁 심화와 탄핵 정국 관련 증시 불안정 등 여파로 최근 2만9000원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7.2%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73억원으로 44% 감소했다.

한미약품 주총에서 형제 측의 승산이 낮아진 현실적 측면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13일 박 대표와 신 회장 해임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이들에 해임 건에 '반대'를 결정했다. 이를 전제로 사내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 건도 반대했다. 국민연급은 한미약품 지분 약 10%를 보유한다.

여기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지난 6일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 안건에 반대한 데 이어 서스틴베스트·한국ESG평가원 등 국내 자문사 4곳도 지난 10~12일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보고서에서 해임 반대 권고를 담았다.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하면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이사 해임 안건이 통과될지 의문시된다.

임 사내이사의 제안에도 채 1주일도 안 남은 한미약품 임시 주총이 철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형제 측이 확실한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한 데다 한미약품도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한미약품 측은 “현재 시점에서 임시 주총 취소를 검토하거나 번복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의결권을 행사(위임)해 준 모든 주주께 매우 면목이 없는 일”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임종훈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측은 “내부 논의 중인 사항”이라며 “(주총 철회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송 회장의 장남인 임 사내이사가 화해 제스처를 취한 만큼 창업주 가족 간 분쟁에 변곡점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 매각으로 지분이 줄어들고 있는 형제 측이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족 간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소·고발로 극한 대립으로 치달은 송 회장 모녀와 형제 측이 화해하기 위해서는 고소 취하와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관계가 아닌 가족인 만큼 상생을 위한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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