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융합 좌담회]나노코리아 10년 성과 딛고, 미래 10년 나노융합산업을 선도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세계 4위권의 나노 강국이 됐다. 나노 기술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10년전부터 범국가적인 노력이 집중된 결과다. 2001년 세계가 나노 기술에 관심을 보이던 당시 한국도 `나노 기술 종합 발전 계획`을 만들어 씨앗을 뿌렸다. 나노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등 지금까지 성과는 괄목상대할만하다. 하지만 갈증은 여전하다. 나노 기술이란 용어는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저변을 넓혔지만 나노 제품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상용화, 산업화에 연결 고리가 약해서다. 전자신문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나노코리아`를 기치로 내걸고 민관의 노력을 결집했던 지난 10년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미래 10년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해봤다. 결국 나노융합산업의 조기 활성화가 그 방향이다.

◆참석자(가나다 순)

강득주 제이오 대표

김학도 지식경제부 국장

박종구 나노융합2020 사업단장

이희국 나노조합 이사장

윤의준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사회(서한 전자신문 소재부품산업부장)=지난 10여년간 나노코리아 정책을 통해 거둔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이희국=10년전과 비교하면 큰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00년 초기 약 70여개였던 나노 기업은 최근 700여개로 10배 증가했다. 나노 기술을 적용한 제품수도 125개까지 늘었다. 나노 회사도, 상품도, 논문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몇 발짝 뒤로 물러서 봤을 때 아직 꽃이 피었다고 볼 수 없다. 산업 규모, 고용 창출 측면 등에서 이제 출발이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노는 아직 초기다. 축구로 비유하면 이제 전반 10분 정도가 지났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김학도=범국가적으로도 소재, 공정, 에너지, 장비, 소자 등 다방면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 결과 기술은 상당히 축적 됐다. 하지만 사업화를 하는 문제, 시장 형성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기본적으로 수요 기업과 원천 기술을 연결하는 고리가 취약했다는 반성이 든다.

-사회=공통된 의견이 나노 기술의 산업화가 아직 미진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박종구=짧은 기간 노력은 많이 했다. 그러나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작업이 부족했다. 기초과학 기술력과 상용화 사이의 간극이 메워져야 한다. 그래야 기초도 살고, 기업도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윤의준=미국도 10여년전부터 나노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안다. 우리도 빨리 대응해서 지금은 세계 3~4위가 됐다.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다. 성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데, 기술이 성과로 이어지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학계에서도 지난 10년간 기초 기술에 대한 관심과 성과는 많았다. 기초 기술에 관한한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은 연구논문도 쏟아졌다. 하지만 나노 기술을 대하는 학계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는 게 한계다. 이른 시간내 나노 응용 기술로 연구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강득주=우리 회사는 탄소나노튜브 전문 생산 업체다. 그런데 수요처를 찾아가보면 아직 어떻게 쓸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응용을 어떻게 할 지 연구 중인 단계며, 최종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활용할 지 확실하게 판단이 섰다는 생각이 안 든다. 탄소나노튜브가 세라믹, 유기물질 등 분명히 쓰이는 곳은 많은데, 잘 모르는 것 같다.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사회=의문이 드는 게 있다. 한국 제조업은 양산 기술, 사업화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데 왜 나노 분야는 아직 미흡한가 하는 점이다.

◇박종구=나노 기업(연구계)이 갖고 있는 정보와 수요 기업(산업계) 요구가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강조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 등 수요처에서 될 수 있으면 자사 내부에서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향해 문화가 변해야 한다.

◇이희국=이론적으로 보면 나노 기술을 쓰면 막연히 좋다고 생각하는데, 나노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부작용을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시간을 두고 검증해봐야 아는 것이다. 그래서 나노 기술이 상업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뢰성, 품질 등을 평가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사회=학계에서는 어떤가. 산학협력이 활발하지 않은가.

◇윤의준=사실 활발하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학계에서는 좋은 논문 쓰기가 관심사이지, 실용화에 도움이 되는 응용 기술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많은 대학 교수진들이 산업 현장과 너무 멀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자들 입장에서 보면 응용 기술은 논문 거리가 안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우려되는 대목이다. 융합기술원 맡은 지 1년이 안 됐는데, 현장에서 보면 산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쪽으로 최대한 근접해야 한다고 크게 느낀다.

-사회:미스매치를 최소화하고 수요자와 간극을 매우는 작업이 중요해 보인다.

◇이희국=이런 것 같다. 새로운 향신료를 발명했다 해도, 향신료는 홀로 발휘되지 않는다. 고기나 감자 등에 더해져 맛이 좋아지고 가치를 높일 때 비로소 각광을 받는다. 나노 기술도 마찬가지다. 나노는 다른 산업과 융합해 추진력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성숙 단계로 들어서는 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한다. 중요한 건 이점이다.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다. 수 백 개의 식당을 우리 스스로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노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활용할 사람이, 주력 제조업이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에겐 비전이 있다.

◇박종구=독일은 좋은 기술이 많은데 상용화 기반이 취약하다. 만들어 줄 사람이 없다. 그런면에서 제조업 중심인 한국은 굉장히 큰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꿰어낼 것이냐가 관건인 데, 수요처의 요구만 잘 확인이 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나노융합 2020 사업에서도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특히 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나노와 환경을 결합한 융합산업 발굴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최대 무기인 전자(IT)와 나노 융합도 조기 촉진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강득주=장기적인 안목도 가져야 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소재를 개발하는데 5년이 걸렸다. 다시 이를 응용 제품에 적용하는 데 수 년이 걸린다. 아직 개발해야 할 과제도 많고 개선이 필요하다. 급하게 추진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단 번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사회=나노코리아 미래 10년을 제대로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은 무엇인가.

◇김학도=나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기업 수요를 반영,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나노기업 현장 기술인력 양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타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나노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제조업과 나노기술의 융합 촉진을 위해 기존 산업체 현장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과의 상생 등 부족한 부분도 보완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향후 10년을 위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 중이다. 금년 중 대책들을 마련해 공유하겠다. 국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략들을 만들겠다.

◇윤의준=나노라는 것이 있는데 결합(융합)하니 예상치 못한 굉장히 큰 결실이 나온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노 산업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알려야 한다. 융합이란 게 하나의 문화다. 나노기술을 갖고 있는 쪽과 수요 기업이 만나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희국=앞서 나노기술과 주력 사업들의 융합의 강조했다. 왜 잘 안 되는지 여러 어려움들을 이야기했다. 나노조합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 기술도 들여와 수요자와 연결해 주는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융합 산업화를 촉진하는 것이 조합의 역할과 기회가 아닌가 싶다. 더욱 힘 쓰도록 하겠다.

정리=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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