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프라다·샤넬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다. 명품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제품의 품질이 좋을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도 이러한 브랜드 개념이 적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렇다`다.
가트너는 최근 베테랑 CIO 대상 전문가 과정 중 하나로 옥스퍼드 가트너 CIO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16개국 30명의 숙련된 IT리더가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가트너는 IT브랜드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했다. CIO에게, IT조직에게 브랜드 개념은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조사했다.
가트너에서 CIO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린다 프라이스 부사장은 “브랜드는 일종의 인식이자 약속이다”면서 “CIO에게는 내·외부 고객의 IT가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IO와 IT조직은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고 가치를 높여야 한다”면서 “브랜드를 개발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 브랜드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IO는 스스로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최근 방한한 린다 프라이스 가트너 부사장을 전자신문 CIO BIZ+가 만났다.
-CIO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CIO에게 브랜드는 어떤 의미인가.
▲브랜드는 약속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기도 하다. 신뢰하고도 비슷하다. CIO는 내부 지원은 물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CIO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롤스로이스는 고품질의 신뢰가 높은 안정적인 자동차 브랜드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CIO와 IT조직을 존경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CIO가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CIO는 브랜드를 만들고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즈니스 언어를 알아야 한다. CIO 브랜드의 키포인트이기도 하다. 단순히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기여를 하고 다른 사람도 이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IT를 적용하든 진열대에 일주일이라도 먼저 상품을 진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성과를 바라봐야 한다.
-CIO 브랜드 핵심이 비즈니스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면, 오래전부터 제시된 이야기 아닌가.
▲맞다. CIO가 비즈니스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제시된 얘기다. 그러나 과거에는 백오피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프런트 영역으로 넘어와야 한다. 직접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과거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지원했다면, 이제는 비즈니스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것을 CIO 스스로가 실천해야 한다. 임원회의를 할 때 가장 먼저 부르는 사람이 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CIO는 시스템 운영에 더 많은 요구를 받는다. 전산장애나 해킹 등이 발생하면 CIO는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고려하기는 쉽지 않다.
▲시스템 운영이나 비즈니스 모두 중요하다. 시스템의 안정성과 무결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CIO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다. CIO가 장기적으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 내에서 CIO가, IT조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 백오피스 지원만 생각하면 안 된다. 새로운 고객 생각과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CIO가 C레벨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CIO가 무엇을 갖춰야 하나.
▲가장 먼저 여러 비즈니스를 시도 해봐야 한다. 항상 했던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시도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이종 산업의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다음으로는 임원에 맞는 의상과 말투를 익혀야 한다. 마치 연극에서 배역을 맡듯이 해야 한다. 즉 CIO로서 다른 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신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기술 트렌드뿐 아니라 10년후의 비즈니스는 물론,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른 사람이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브랜드를 만든 CIO를 소개해 달라.
▲호주의 컴온웰스뱅크 CIO인 마이크 하트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호주의 은행산업 경쟁은 치열하다. 4개 대형 은행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중 가장 큰 은행이 컴온웰스뱅크다. 독보적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IT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컴온웰스뱅크는 몇 년전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했다. CIO는 C레벨의 마지막 임원이 아닌, 핵심적인 임원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사 차원의 비즈니스를 이끌 수 있는 정보시스템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다.
-한국에서도 컴온웰스뱅크 같은 혁신 사례를 알고 있는지.
▲KT가 대표적인 사례로 알고 있다. KT의 미래전략은 융합이다. 통신을 기반으로 위치, 모바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한다. 서울 중심부에서 스마트폰으로 가상 현실을 제공한다. 얼굴인식으로 성별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옷을 입힌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결해 이미지를 업로드 할 수 있다. 가트너는 KT 융합사례를 우수 혁신사례로 여기고 있다.
-CIO 브랜드를 만드는 데 있어 CEO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의 CEO에게 제언을 한다면.
▲앞으로 15년 후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IT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주가도 크게 변화될 것이다. 디지털화에 CEO가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에 달려 있다. 경제 재난이 일어나는 데 정보부족이 원인이라면 큰 문제다. 정보를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한 예로 유럽의 조선업체 CEO는 고객의 편리성을 높이는 크루즈선을 만들기 위해 CIO를 선박 설계부터 직접 참여시켰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