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부모의 차이를 보여주는 공익광고협의회의 광고가 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온실 속의 화초를 재배하듯이 지극히 부모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광고가 아닐 수 없다.
창백한 책상에 앉아서 격전의 현장, 삶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시련과 역경에 대처하는 공식을 가르쳐줘봐야 무용지물이다. 체험적 고통과 그에 따른 깨달음을 몸에 새기는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창백한 책상에서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빠른 길을 가르쳐 주지만, 격전의 일상에서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빠른 길은 오히려 우회하는 곡선의 길이다.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절치부심과 파란만장한 경험을 해봐야 시련과 역경이 다가와도 견딜 수 있다. 학부모의 조급한 꿈이 자녀들의 행복한 길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는 리더와 보스의 차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리더는 멀리 보고 함께 가며 꿈을 꾸라고 하지만, 보스는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한다. 보스는 남보다 무조건 앞서 가라 하며 원대한 꿈을 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보스는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하라고 강요하지만, 리더는 어디로 갈지 함께 고민하고 말 없이 팀원이 가는 방향을 지켜보고 지원하며 격려해준다.
학부모와 부모의 차이, 보스와 리더의 차이는 자신의 꿈을 좇아가는 삶보다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다녀야 하는 직장인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
부모와 리더에게는 꿈을 꾸어 올 수 있지만 학부모와 보스에게는 꿈을 꾸어 올 수 없다. 학부모와 보스 자신도 꿈이 없기 때문이다. 꿈꾸는 사람 옆에는 언제나 꿈꾸는 누군가가 있다. 누군가의 꿈이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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