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시야각으로 축구장 전체와 22명이 뛰는 모습을 한 번에 볼 수 있을까? 멀리 떨어지면 모를까, 가까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미디어연구팀(팀장 차지훈)이 개발하는 `휴먼 융합형 파노라마 서비스 기술`을 적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축구장은 물론 성산 일출봉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면으로만 봐도 일출모습은 장관이다.
ETRI 융합미디어연구팀 랩에서는 시선 추적과 휴먼융합형 파노라마 서비스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엔 일부가 초단기 과제로 가상 키보드를 만들고 있다. 차지훈 팀장은 시선추적 기술에 대해 “우리보다 앞서는 스웨덴이나 독일, 미국 등이 보통 PC사용자를 위한 근거리 시선추적 기술에 머물지만 우리는 2m 이상의 원거리 시선추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결과 평균 0.81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선추적 기술을 이용해 장애인이 TV를 단순 조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 시청자가 광고 제품을 보는지, 인물을 보고 있는지도 TV밑에 달린 카메라가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차량 운전자가 운전 중 어디를 보고 있는지, 혹시 졸지는 않는지도 판별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응용 범위도 넓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매체에 노출된 광고 효과 모니터링, 시선과 제스처를 연동한 차세대 게임,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운전자 시선정보 분석, 홍채 정보 기반 본인 인증을 통한 금융결제와 시청 연령 제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가상 키보드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김현철 선임연구원은 “초성과 중성, 종성을 차례로 선택해 글자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입력하게 된다”며 “물리적 키보드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사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을 정도는 된다”고 설명했다.
파노라마 부문에선 현재 카메라 5대를 장비 하나에 설치해 130도 정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조만간 7대의 카메라를 적용시켜 인간처럼 170~180도까지 한 화면에 담아낼 영상 장비를 제작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파노라마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좋은 카메라 장비가 필요한데 생각보다 예산 따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카메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고충 중의 하나다. 스펙터클하고 광활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카메라만 25㎏이고, 삼각대까지 포함하면 족히 35㎏은 나간다.
임성용 선임 연구원은 “제주 성산 일출봉과 대전 월드컵 경기장 꼭대기까지 카메라를 지고 갔는데, 지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웬만한 컴퓨터로는 작업이 힘든 점도 이 팀의 애로중 하나다. 촬영 데이터 용량이 워낙 크다보니, 밤새도록 컴퓨터를 돌려야 몇 분정도 건질 수 있다. 보통 1테라바이트로 10분 정도의 영상을 만들어 낸다. 차지훈 팀장은 “어려움이 많지만 관련 산업계와 협력과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인간 친화적인 파노라마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