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마중물 ‘무역보험기금’ 늘려야

무역보험공사가 올해 신청한 무역보험기금 약 2500억원이 전액 삭감된 예산안이 기획재정부에 제출됐다고 한다. 당장 중소·중견기업 수출지원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무역보험공사 지원까지 축소될 처지다. 무역 2조달러를 향한 지원기관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역보험기금은 1조349억원 수준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이 기금을 운용해 기업 수출이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보험처리해준다. 통상 기금의 70배 수준에서 운용하지만 최근엔 80∼90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에 기금 규모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축소 일로다. 기금은 줄어드는 와중에도 중소 조선소 등에 추가 보증하고 중소기업 수출과 각종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하려니 죽을 맛이다. 흑자를 낼 때는 출연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해 기금이 3조원에 이를 때도 있었지만 적자를 지속하면서 줄어드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올해 무역보험기금 운용규모를 19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내년 예산으로 신청한 무역보험기금 2500억여원은 전액 삭감된 채 기획재정부에 올라갔다. 정부출연 없이 위험부담을 더 지라는 의미다. 위험한 후진국 거래나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무역보험공사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이마저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무역보험기금 규모가 축소돼 운용배수가 늘어나면 보증서를 발급하는 기관 신뢰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국내외 금융기관은 보증서 발급기관의 신용도를 보고 수출대금을 지불하는데 무역보험공사의 기금부족으로 운용배수가 높아지면 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무역보험기금은 새로운 수출 지역 개척에 필수 재원이다. 나라 살림이 어려워도 무역 2조달러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마중물은 지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