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의 축구 대항전인 유로(EURO) 2012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빠진 월드컵으로 불린다. 스페인이 우승했다. 2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에 이어 연거푸 세계 축구계를 평정했다. 10년 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 패한 뒤 눈물을 보인 스페인 선수들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페인 축구가 최강이 된 원인은 창의적 플레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온라인 축구게임을 하듯이 볼을 다룬다. 볼 점유 시간을 최대한 늘리면서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흥미로운 대목은 `제로톱` 전술이다. 최전방 공격수를 따로 두지 않는다. 한국 축구에 비유하자면 스트라이커 이동국을 최전방 포스트에 세우는 원톱(4-2-3-1), 이동국과 박주영을 나란히 세우는 투톱(4-4-2)이 아니다.
전술 시스템으로 이른바 `4:6` 포맷이다. 6명이 모두 미드필드진을 구성하다가 어느 순간 최전방 공격수로 튀어나간다. 원톱 또는 투톱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창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스페인 축구의 성공 비결이다.
네덜란드의 토털사커, 프랑스의 아트사커에 이어 스페인의 제로톱사커는 세계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06년 모토로라 레이저폰, 2008년 애플 아이폰이 통신산업계 게임의 법칙을 바꾼 것과 비교할 만하다.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 부처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4년 전 정보통신부가 그대로 남았다면 한국에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과 같은 창의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정부조직 개편에 제로톱 전술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축구 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정책도 자율에서 나오지 않을까.
김원석 콘텐츠산업부 차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