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삶은 뇌가 지배합니다. 과학의 최후 보루가 뇌며 모든 학문 분야의 종착역입니다. 뇌를 이해하면 인류의 삶에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한국뇌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선임된 서유헌 서울대학교 교수. 그에게 뇌연구원은 남다르다. 뇌연구원 설립을 추진한 주역이 본인이고 이제 뇌연구원을 명실상부한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본원은 오는 10월 착공을 시작해 2014년 4월에 완공됩니다. 완공 이전에 대구 시내에 청소년정신건강센터와 치매연구센터를 만들어 연구를 시작하려 합니다.” 청소년정신건강센터는 현안문제인 학교폭력, 인터넷·게임중독 등을 뇌과학 관점에서 접근·연구하는 곳이다. 초중고 교사들에 대한 전문교육도 실시한다. 치매연구센터 역시 국가적 관심사안을 뇌질환 관점에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우수인력 충원이다. “국내외 우수 뇌연구자와 접촉해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월드클래스 10대 연구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뇌과학자 비중도 최소 20%이상 가져가야 합니다. 2020년 뇌연구원 본원 전체 인력을 200명 수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본원에서 이뤄질 구체적 연구방향도 그렸다. “뇌 연구는 뇌를 이해하는 신경생물학, 뇌질환 치료분야인 뇌질환연구, 뇌인지, 뇌공학 등으로 나눠집니다. 뇌연구원은 이 가운데 뇌질환과 뇌인지 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연구 결과는 인근에 구축될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해 연구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특히 뇌연구원에는 기존에 없던 파격적 연구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 출연연에서는 내부 예산은 내부 연구를 진행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뇌연구원은 내부연구 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가 필요할 때는 과제를 외부에는 주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융합연구가 아니고서는 선진연구그룹을 따라잡기가 힘듭니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 원장이 선임되기 전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확대될 연구원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서 원장은 관계부처와 국회를 대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책정된 올해와 내년 예산은 각각 25억원 수준인데 본격 연구 활동을 벌이기에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뇌 연구를 활성화하고 우수 두뇌를 끌어오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의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를 통해 전 세계 뇌 연구를 선도하지만 우리가 크게 뒤처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빨리 뇌 연구를 시작했지만 구체적 기간과 인프라구축 등을 명시한 법(뇌연구 촉진법)을 만든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입니다. 세계가 뇌에 주목하는 지금 한국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과학 인프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 원장은 내달 9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하는 `브레인 엑스포 2012` 행사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뇌교육 국제컨퍼런스에서 `뇌 기반 교육`을 주제로 기조 강연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