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이제는 기술 사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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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벤처 창업 열풍은 우리나라가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하는 원천이 됐다. 하지만 단순 아이디어 기반 창업은 영속성이 떨어졌고 결국 벤처 거품 붕괴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창업 활성화와 청년 취업난 해소에 정부의 정책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단기 성과에 급급하면 준비가 미흡한 창업이 사업 실패로 이어져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벤처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별 기업가 센터 설치와 창업 교육 활성화를 통한 청년 기업가 양성 인프라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단순 아이디어 기반 창업 활성화에서 벗어나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기술 사업화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의 자금 지원이 현재의 기술개발(R&D) 중심에서 사업화 연계기술개발(R&BD)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예산은 세계 4위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도 국가 주요 R&D 사업비는 작년 대비 7.6% 증액된 총 10조6550억원이다. 그러나 기존의 국가 R&D 지원은 선진국 추격형의 R&D로 `기술의 창출`과 `창출된 기술의 사업화`가 단절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왜곡되고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10% 수준에 불과하다.

2008년 개정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학 기술 사업화의 선순환 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한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한양대기술지주회사를 필두로 현재까지 총 21개사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설립 인가를 받고 80개가 넘는 자회사를 설립 및 운영해 여러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성과는 앞으로 대학 반값 등록금 실현 등 대학 재정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국가 신성장동력 발굴로 국가 경제 활성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 기술지주회사 설립이 3년을 넘어감에 따라 성공 사례에 대한 조급함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회사를 하나 만들어도 수익이 나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정책·제도적 뒷받침이 더 필요하다.

기술사업화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나라인 이스라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스라엘에서 기술벤처 창업이 많은 것은 높은 과학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 유망한 기술이 발굴돼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정책을 정부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창업을 국가 산업발전의 성장엔진으로 삼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사업화 활성화 및 선순환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기술창업이 겉돌지 않게 해야 한다. 특히 막대한 국가연구비가 투입된 대학 연구 성과 활용, 대학재정의 건전성 회복, 청년창업과 혁신에 대한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유념한다면 정부와 대학 당국의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전향적 자세와 전폭 지원은 필수다. 다른 나라와 차별된 `한국형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성공 스토리를 창출하고 국가 기술사업화의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 당국의 높은 관심과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균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협의회장·한양대학교기술지주회사 대표 kath@kat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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