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이 밀어내기(목표수량 구입 강제) 방식으로 협력사에 떠안긴 소프트웨어(SW) 재고 물량 판매를 금지해 논란을 빚었다.
이 협력사는 최근 10년간 밀어내기 방식으로 무려 47억원가량 재고를 떠안았지만 판매 금지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KSTEC(대표 이승도)는 글로벌 SW회사인 아일로그(ILOG)의 밀어내기 요청으로 30억원어치의 재고를 보유했다. 2009년 IBM이 아일로그를 인수한 후 재고 물량은 47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한국IBM이 재고 판매를 금지했다. KSTEC는 금융이자 비용 등 총 61억8000만원가량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지난 1998년부터 아일로그 제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해왔다.
한국IBM과 KSTEC가 법적 공방까지 간 것은 밀어내기 압박으로 쌓인 재고 물품에 한국IBM이 판매 권한을 전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아일로그가 IBM에 인수되기 전까지 KSTEC이 재고 물품을 판매할 권한이 있었다. IBM에 인수된 이후에도 6개월간 기존처럼 재고 물량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IBM이 갑자기 기존 재고 물품 라이선스키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KSTEC는 재고 물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그러자 지난 4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공정거래분쟁조정신청을 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밀어내기 행위에 해당된다며 한국IBM이 KSTEC에 10억원을 배상하고 서로 합의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이 내용을 수락하기를 거부했다. 이 사안은 `한국IBM의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KSTEC는 최소한 재고구입 금액인 47억원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은 “일방적으로 거래를 강제하지 않았다”면서 “재고 물품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KSTEC는 이에 밀어내기에 응해 주지 않으면 독점 판매 권한을 없애겠다는 협박이 있었기 때문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한국IBM이 지난 2010년 모 보험회사와 철강회사 프로젝트 추진 시 주도적으로 밀어내기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발주사의 예산 문제로 프로젝트가 1년 이상 연기된 상황에서 한국IBM은 선주문을 내도록 요구했다는 얘기다. 관련 금융 및 유지보수 비용도 차후 보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상은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일로그 SW뿐만 아니라 DB2, WAS 제품도 모두 밀어내기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승도 KSTEC 사장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거래 압력을 요구한 사실이 명백하고 관련 증거 자료도 충분히 있는데 한국IBM은 계속 발뺌한다”면서 “KSTEC가 지난 14년간 일한 이익잉여금이 모두 한국IBM에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윤리경영을 주창하는 글로벌 기업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국내 중소 SW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의 편법 유통 피해를 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KSTEC 매출 가운데 IBM 아일로그 매출은 95%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과도한 재고 물량으로 자금이 묶여 경영난을 겪는 실정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총판사를 제품을 밀어내는 채널로 인식하는 사례가 아직 많다”면서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제대로 인식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IBM `아일로그`의 밀어내기로 인한 KSTEC 손실금액 (*1000만원 이하 생략)
한국IBM과 KSTEC간 법적 분쟁 과정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