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ICT점프업]<7·끝>미래 ICT 강국을 꿈꾸며

2012년은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로 전환되는 큰 변혁기다. 어떻게 보면 기술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 사람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다. 1930년대 TV 상업방송이 시작된 이후 TV 개념 자체가 바뀌었다. 크게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테두리가 바뀐다는 의미다. 지금 ICT 혁신과 변화, 융합서비스 탄생은 디지털이라는 신호의 표현 방법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정보 내용이 다르고, 정보를 담고 전달할 그릇과 매체가 달라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쉽게 융합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의 진화는 끝이 없다. 완전한 인간 복제가 가능해진다면 혹시 그 진화가 멈출까. 중고차 부품 교체하듯 인간도 고장난 장기를 교체하고 자기와 같은 인간을 돈만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되면 말이다. 지난 1세기 동안 과학기술 진화는 인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진행돼 왔다.

과학기술이란 결국 인간의 편리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므로 앞으로도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과학기술 진화의 끝은 인류 종말과 함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혁신과 변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ICT 미래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이 시기에 과연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서 우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강인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위기와 난관을 겪으면서도 수천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 않는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교육열이다. 또 천성적으로 우리 민족은 좋은 두뇌와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선조들이 물려주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우리 역사와 문화가 많이 왜곡되어 아직도 일부 남아 있지만 천성적으로 우수한 우리 민족성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의 위기도 역사적으로 보면 수많은 위기 중 하나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ICT 분야뿐 아니라 진정한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충분하다. 문제는 실천을 위한 노력이다.

실천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루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상식과 논리가 통하는 합리적인 사회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개인 능력은 출중하지만 서로의 능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소통과 협력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초중고교에서 교육의 변화가 이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인성 교육, 시험풀이를 위한 암기위주 반복학습이 아니라 프로젝트와 다양한 사회활동 참여 등 창의력 고취를 위한 참된 교육이 필요하다.

참된 교육을 받은 젊은 친구가 미래 우리 사회 주역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가짜 국새(國璽)가 진짜로 둔갑하는 등 거짓이 진실로 통하는 사회, 진실이 왜곡되는 사회는 이제 우리가 잊어야 할 모습이다. 돈과 권력이 좌우하는 사회, 집단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 도덕감을 상실한 사회, 이것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공영방송 등 대중매체가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이념과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참된 진실이 무엇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반복적인 홍보로 세뇌시켜야 한다. 물론 엄청난 자기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건전한 사회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우리는 더는 두려움이 없다. 미래 변화와 혁신도 결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상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실천이 가능하다면 이공계 인재 양성, 과학기술인의 위상 정립, 혁신과 변화를 수용하는 기업문화, 진실이 통하는 사회,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통과 화합의 정치 등 우리의 작은 꿈들은 바로 실현가능한 얘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ICT 강국의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유지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 jsyoo@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