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물인 박테리아를 이용한 새로운 종류의 하드 드라이브 연구가 진행된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영국 리즈대 연구팀이 자성(magnetic)을 가진 마그네틱 박테리아가 지구 자기장을 나침판 삼아서 움직이는 사실을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박테리아는 철을 흡수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자성패턴을 생성하는 것을 파악됐다.
컴퓨터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는 많은 자석이 쓰인다. 대표적 저장 매체인 하드 드라이브는 면적이 넓을수록 많은 정보를 기록한다. 지난 20년 동안 과학자들은 하드 드라이브의 정보 저장 용량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그 결과 초창기 커다란 방 하나를 차지하던 컴퓨터가 노트북만큼 작아질 수 있었다.
하드 드라이브가 계속 작아질수록 더 우수한 자석 특성을 가진 소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피가 작아지면 여러 개 자석이 섞이면서 자성분말이 서로 엉겨 붙어 자성 특성은 나빠지게 된다. 이에 반해 마그네틱 박테리아는 몸의 배속에 나노 크기 자석입자가 있다. 이 입자는 철(Fe)로 구성된 산화물로 일반 자석처럼 S극과 N극을 만든다. 마그네틱 박테리아가 만든 자성분말은 정렬된 구조를 가진다. 마그네틱 박테리아는 자성분말이 합성될 용기를 먼저 만들어 그 안에서 자성분말을 합성한다. 이 때문에 각각의 자성분말은 크기와 방향이 철저히 통제된 상태서 합성돼 강한 자기력을 갖는다.
리즈대는 마그네틱 박테리아가 가진 자석 성질을 활용해 정보 저장 용량을 현재보다 크게 늘리는 하드 드라이브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연구팀이 만든 하드 드라이브 폭은 약 200마이크로미터로 오늘날의 하드 드라이브와 비교했을 때 데이터를 저장하기에는 너무 크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개발된 수준보다 1000배 작은 나노 크기를 시험해 볼 계획이다. 이는 현존하는 드라이브 밀도에 근접한 수준이다.
리즈대 연구팀의 궁극적인 희망은 제곱인치당 1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하드 드라이브 용량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