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천연색의 빛을 자랑하면서도 극한의 검정을 표현할 수 있는 TV, 유리처럼 얇아 진정한 벽걸이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TV는 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화두다. 과연 올해 언제쯤 나올지 몇 대가 출시될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까지 양산된 AM OLED 디스플레이 가운데 가장 큰 제품이 7.7인치다. 올해 안에 AM OLED TV를 출시하겠다는 것은 7.7인치에서 55인치로 한걸음에 건너뛰겠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역사상 이 같은 비약은 없다. LCD도 끊임없는 연구개발(R&D)로 20인치, 30인치, 40인치 단계를 밟아가며 80인치대까지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쉽지 않은 일임이 당연하다. TV 출시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한 패널업계 임원은 “안 나오면 큰일납니다. 책임자들 줄줄이 그만둬야 할지 몰라요”라는 답으로 대신했다. 그 정도로 패널업체들은 절박하다.
그래서일까. 삼성과 LG의 행보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조차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고 한다. `혹여나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부터 `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지 않고 무리하는 것일까` 같은 안타까움도 터져나온다.
삼성과 LG 간 경쟁이 지나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특출한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 생리가 무모한 도전으로 내모는 것 같단다.
물론 다른 기업과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국내 기업들의 의지와 열정, 그리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의 도전정신에 나도 박수를 보낸다. 1등을 향한 이 같은 열정이 대한민국 정보기술(IT)의 원동력이었던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지나친 출혈을 감내해야 하는 경쟁이 과연 산업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뉴스(news) 즉 늘 새로운 것을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전문가들은 기술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핀잔을 주곤 한다. 이번 만큼은 업계가 기자보다 성급하다. 과욕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러면서도 연말에는 부디 좋은 성과를 내 이 같은 우려가 기우이기만을 바란다.
문보경 소재부품부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