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김태훈씨(44)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최근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했다. 홈택스를 활용하면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다는 국세청 안내장이 생각났다. 인터넷으로 홈택스에 접속,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공인인증서로 홈택스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브라우저 옵션을 변경해야 한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홈택스는 윈도 익스플로러 6.0 버전에 최적화돼 있으니 7.0이나 8.0 버전은 브라우저 옵션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하지만 변경절차에 따라 보안등급을 낮추고 다시 로그인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아예 홈택스 화면이 모두 닫혀버렸다. 결국 김씨는 인터넷으로 홈택스 접속을 포기하고 가까운 세무서를 찾았다.
국세청 홈택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익스플로러 7.0 이상에서 구동되지 않아 이용자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2002년 가동된 홈택스가 10년이 지나도록 인터넷 브라우저 버전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5월 말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 홈택스를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이 지역 세무서로 몰리는 상황까지 발생됐다. 개인사업자 등 인터넷으로 홈택스 접속에 불편을 겪어 근처 세무서로 소득세 신고를 하러 나선 것이다.
홈택스는 아직 가동 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 버전인 6.0에 최적화돼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7.0과 8.0, 9.0에서 홈택스에 접속하려면 보안등급을 조정해야 하는 등 불편이 따른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7.0 이상은 보안 수준이 높아 액티브X 등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페이스북·포털 커뮤니티 등은 이 같은 문제에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익스플로러 7.0 이상을 탑재한 신형 PC 보급이 많아지면서 불만을 호소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국세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인터넷 익스플로러 7.0 버전 이상에서 홈택스를 접속하면 관리자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7.0 이상에서도 관리자모드로 전환하면 접속이 이뤄진다”면서 “홈택스에 접속하면 관리자모드로 자동 전환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 전환은 아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7.0 이상 버전에서 홈택스에 접속하려면 브라우저 옵션을 변경해야 한다. 인터넷옵션 보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에 홈택스와 홈택스 프로그램 다운로드 서버 등 몇몇 사이트를 추가해야 한다. 인터넷 브라우저 설정에 익숙하지 않은 납세자들에게 매우 어렵다. 대부분 PC에는 윈도7 운용체계(OS)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7.0 이상 버전이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홈택스 등 전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는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해 홈택스만 별도로 고도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을 가동하면 이러한 문제는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은 3년 후인 오는 2015년 2월 가동된다.
홈택스 접속이 안 돼 세무서를 직접 찾은 민원인들은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한다. 한꺼번에 많은 민원인이 몰리면서 일선 세무서에서 민원처리를 위한 공익요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를 넘겨받은 이들 직원이 개인정보를 손쉽게 열람할 수 있다.
한 납세자는 “본인이 아닌 타인이 세금 신고를 하게 돼 개인정보 유출과 세금신고 오류에 따른 책임 소재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