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나 하자. `만약 아이폰도 안드로이드폰처럼 구글플레이(안드로이드 마켓)만 이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아이폰을 사겠나 갤럭시S를 사겠나?`
좀 고민이 될 것이다. 그간 아이폰의 강점 하면 `앱스토어`가 꼽혔다. 애플은 쓸 만한 앱이 많다는 것을 광고에 은연중 드러냈다. 삼성은 이 때문인지 `현존 최고 스펙`을 강조했다. 하드웨어 경쟁력은 앞선다고 맞섰다.
지금은 어떤가. 웬만한 앱은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 동시에 올라간다. 안드로이드폰이 시장점유율에서 앞서면서 오히려 구글플레이에 먼저 앱을 올리는 사례도 많다. 앱 마켓 조건이 똑같다면 당신의 선택은 아이폰일까 갤럭시S일까. 사람마다 호불호(好不好)는 다르다.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스마트폰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 결과는 조만간 맞붙을 `갤럭시S3`와 `아이폰5`의 대결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이달 초 영국에서 처음 공개된 갤럭시S3에는 이 같은 고민이 짙게 묻어났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예의 `현존 최고 스펙`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더 빠르고, 더 선명하고, 더 얇다`는 식의 하드웨어 자랑도 안 했다. 대신에 `사람 중심`이라는 다소 의외의 키워드를 내놨다.
신 사장은 “스마트폰이 당신을 보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직관적 사용자경험` `인체공학적 디자인` `자연을 닮은` 등 감성을 자극하는 말이 이어졌다. 이 같은 변화에는 기존 `경쟁 프레임`으로 승산이 없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앱 마켓이나 하드웨어로는 이젠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공은 이제 애플로 넘어갔다. 여전히 소문이 무성하지만 내달로 예정된 애플개발자대회에서 `아이폰5`가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 역시 삼성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감성에 호소하는 것은 애플의 `전매특허`기도 하다. 지금까지 판세는 애플이 조금 우세했다. 애플은 올 1분기 세계 휴대폰 업계 수익의 73%를 독식했다. 삼성은 판매량에서 앞섰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여전히 열세였다. 삼성이 갤럭시S3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살짝 공개한 갤럭시S3는 `휴대폰 장인 군단`의 흠 잡을 데 없는 `천의무봉(天衣無縫)` 바느질 솜씨가 엿보인다. 아이폰5의 디자인이나 스펙도 엇비슷할 것이다. 진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신의 한 수`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 중심`이란 새 화두를 던진 삼성으로서는 `창조적 비약`이 필요하다. 제품이 엇비슷하면 마케팅에서라도 압도해야 한다. 판을 바꾸려면 도전자가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