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4.0 시대를 연다]<2부>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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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IT 융·복합과 스마트 시대 도래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 환경 변화는 우리 반도체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경쟁의 법칙을 뒤바꿔 놓았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혁신을 멈춘다면 우리나라가 이룩한 반도체 신화는 근간부터 무너질 수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재도약을 위한 혁신과 쇠퇴의 갈림길 한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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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지식경제부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이미 50%를 넘어서면서 더는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메모리 집적 기술도 거의 한계에 도달해 경쟁자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미세화로 인해 외산 장비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고, 자동화 공정 확대로 투자 확대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느슨해졌다. 메모리 반도체는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하고 경기 변동에 민감해 지금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육성하고 핵심 장비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뿌리부터 너무 허약하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연구개발(R&D)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게 무척 힘든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 반도체 전문가는 “우수 인력들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면서 구조적인 모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2015년까지 4000명 이상 설계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공급인력은 2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 이미지센서 등 메모리와 구조가 유사한 일부 제품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베이스밴드·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핵심 제품은 여전히 외산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기존 산업과 IT의 융·복합 제품에 적용되는 핵심 칩은 더 심하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TV·자동차 등 글로벌 수요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팹리스-파운드리-수요기업 간 협력 체계가 매우 느슨한 편이다. 수요기업은 글로벌 소싱에 익숙해 오히려 국내 중소·중견 팹리스 기업과 공동으로 제품을 기획하거나 R&D를 추진하는 데 소극적이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파운드리 시설·설계자산(IP)·지원 공정 다양성 부족 등을 이유로 대만 등 해외 파운드리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파운드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며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반도체산업 전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많지 않아 기업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어렵고 기술 정보 공유도 미흡하다. 인력·R&D·생태계 취약 등으로 우리 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규모의 경제에서조차 밀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최근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휴대폰·디지털TV·자동차 3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연계형 R&BD 방식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 팹리스 기업과 수요 대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휴대폰 분야에서는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4세대 통신용 베이스밴드칩·AP·고주파칩(RFIC)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돼 내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으로 총 7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로 국내 기업이 차세대 모바일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디지털TV 분야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에는 2015년까지 5년 동안 1138억원이 투입된다. 자동차용 브레이크 제어칩·차간거리 제어칩·모터 제어칩을 개발하고, 디지털TV용 신호변환칩·화질개선칩·튜너칩을 국산화하는 게 목표다.

지경부는 연구인력 등 기술 인프라를 보강하는 데도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IT 융합 공동연구로 산업별 특성을 이해하는 창의적 칩 설계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으며,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칩 제작 기술 지원의 일환으로 기술 인력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장 실무 기술인력 재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시스템 반도체 설계 검증 환경 조성도 지원한다. IP 공동사용을 촉진하고 신뢰성 시험 등 기존 인프라를 오픈해 여러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선순환 고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하이닉스 등 수요기업이 참여한 반도체 펀드(1500억원)를 조성해 중소 팹리스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중소 팹리스 기업들이 첨단 파운드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을 국산화하고 수요 기업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있다.

김정일 지경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취약한 부분은 보완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 보유한 장점은 더욱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학연 협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정부가 측면 지원한다면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도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 팹리스를 육성으로 시스템 반도체 산업 `점프 업` 노린다

지식경제부는 우수 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초기 단계 팹리스 기업을 발굴해 집중 지원하는 `스타 팹리스 1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 7년 이내 벤처기업 중 핵심 기술개발·표준 선점 등이 가능한 유망주를 뽑아 제품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래 성장전략을 심층 평가해 초기 기업임에도 잠재력이 큰 팹리스 기업을 선별해 성장에 필요한 부분을 집중 지원하는 맞춤형 패키지 방식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스타 팹리스 후보로 선정된 기업은 스타 팹리스 전용 연구개발(R&D)·반도체 펀드·시제품 제작·해외마케팅·창업공간 지원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수요기업·반도체 펀드 운용사·지원기관 등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잠재 기술역량뿐 아니라 사업화 가능성 및 성장전략을 종합 평가한다. 스타 팹리스 선정 사업은 시스템 반도체 관련 6개 지원기관이 연계해 지원한다.

홍석우 지경 장관은 최근 “팹리스 및 소프트웨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맞춤화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산업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

2020년에는 세계 인구의 필요한 데이터 양이 지금보다 20배 이상 늘어나고, 통신 네트워크 속도는 매년 25%씩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영상 등 콘텐츠의 기하급수적인 확산과 네트워크 접속 속도 향상은 고성능 반도체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메모리 대용량화, 로직 칩 처리 속도 향상 및 저전력 구현은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기술 쟁점으로 부상했다.

반도체 소자에 첨단 미세화 공정이 빠른 속도로 적용되고 있어 향후 몇 년 안에 10㎚ 반도체 공정이 상용화될 것으로 추측된다. 미세화로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이는 방법뿐 아니라 소자 혹은 칩을 적층하거나 3차원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 경쟁력이 점차 하락하는 점이다. 2007년 세계 4위였던 국내 반도체 장비 순위는 2010년 7위로 밀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취약한 반도체 장비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반도체·재료·대학 연구실 등이 참여해 새로운 리소그래피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세화 공정 적용뿐 아니라 멀티코어 구현도 중요하다. 병렬화를 위한 3차원 코어 적층 등 다층화 시스템 개발은 국내 시스템 반도체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팹리스 업체 한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HW)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