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MB노믹스와 붕어빵

대통령 임기 말년이 되면 늘 그래 왔다. 정권 출범 때 세운 국정 철학이나 정책 기조는 한순간에 쓰레기통에 던져진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존 경제철학을 뒤집는 정책을 쏟아낸다.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해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권력형 게이트 사건들이 터지면서 대통령 인기가 바닥을 맴도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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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슬로건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은 1148만 표의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철학은 참여정부와 모든 면에서 달라야 했다. `반노(反盧)정책`과 맞물린 `MB노믹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경쟁 촉진형` 경제 운용이 MB노믹스의 축이다.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세금을 줄여 경제 주체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창의를 발휘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큰 시장 작은 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 `고성장 후 분배`, 그리고 감세(減稅)가 MB노믹스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보는 시각도 정반대였다. 인터넷 인기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ICT산업은 성장산업 육성 명분까지 얻는 일거양득의 정책이었다. 이에 반해 MB노믹스는 ICT산업을 건설과 제조업 등 전통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도구로 접근했다. 표면적으로는 전통산업과 융합이지만 ICT는 주력에서 한참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 빈자리를 7%대 경제성장률로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747 공약`이 차지했다.

이명박 정권의 공과(功過)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정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국정 성과`를 보면, 지난 4년간 한국은 금리 인하, 통화스와프 체결,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 우리나라 수출은 12위였으나, 2010년 수출 7대 강국으로 올라섰다. 외화보유액도 3000억달러를 넘었으며, 2009년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지난 5년(2007~2011)간 연평균 복지지출 증가율도 8.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경제 철학을 함께 고민했던 인물들도 지금은 MB노믹스의 좌초를 얘기한다. MB노믹스는 본래 따뜻한 시장경제를 추구했지만, 과거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훈구파가 득세하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노선 전환의 결정적 계기는 촛불시위였다. 이 대통령도 이를 기점으로 급격히 수구적으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훈구파 역시 MB노믹스 실패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경제정책 기조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금융위기라는 `외풍`이 불어 닥쳤다. 그 거센 바람을 막는 데 집권 기간의 절반 가까이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은 야간학교를 다니면서 붕어빵을 구워 팔았다. 어머니가 알려준 기술로 처음 붕어빵을 구워보니 빵이 늘어졌다. 그래서 스스로 연구해 몇 시간 지나도 바삭바삭한 빵을 개발했다. 그 결과, 동네에서 가장 장사를 잘 했다.

지난 4년간 실물 경제지표를 보면 MB노믹스는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나라 살림 규모는 커졌지만, 국민 삶은 팍팍해졌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소득보다 물가가 더 올라 실질 소득이 되레 줄었다. `큰 시장 작은 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 `고성장` 등 좋은 재료를 넣어 구웠는데도 축 늘어진 붕어빵 같은 신세다. MB노믹스에도 바삭바삭한 붕어빵 만드는 노하우가 필요했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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