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6>한국서부발전

`서부영화` 장르가 있다.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총잡이들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로 배우들의 총싸움에서는 당시 미국인들 개척사를 엿볼 수 있다. 올 초 서부발전 사업소장 회의에서 갑작스레 서부영화가 언급됐다. 회사 명칭 `서부`가 의미하듯 서부 개척자 정신으로 신규 시장과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농담 반 진담 반처럼 들리는 서부발전의 서부 개척자 정신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부발전은 9·15 정전 이후 동절기 전력수요 피크 대비 설비신뢰도 제고에 역량을 집중해 전체 설비용량 대비 발전 가동률을 94.49%까지 끌어올렸다. 서부발전은 국내·해외·신재생 부문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있다. 국가 전력공급 안정성을 책임지는 의무와 함께 미래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서부발전의 개척사가 지금부터 새로 쓰이고 있다.

[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6>한국서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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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성 서부발전 기획처장
[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6>한국서부발전

◇창사 이래 최대 프로젝트=`건설 르네상스`. 올해 서부발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2100㎿급 태안화력 9·10호기, 1880㎿급 동두천 복합, 그리고 국내 최초 석탄가스화복합화력 발전소인 380㎿급 태안IGCC까지. 서부발전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국내 신규설비 건설 프로젝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태안화력 9·10호기가 완공되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사 중에서는 최대 설비규모를 보유하는 회사로 등극한다.

올해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설비용량 대비 발전 가동률을 끌어올린 것도 향후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였다. 94.49%의 발전가능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서부발전은 이를 위해 정비 최적화와 공정관리 개선으로 공기를 단축하고 세계 최초로 지능형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재해·재난 비상대응체계 운영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향상했다.

사업 투자규모도 크게 늘었다. 올해 서부발전 투자금액은 6828억원으로 지난해 3602억원에서 89.6% 늘었다. 이중 59.3%인 4046억원은 올해 상반기에 집행할 예정이다.

신규 건설 프로젝트는 회사 자체적으로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을 정착, 재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태안화력은 과거 IMF 외환위기 시절 5·6호기를 고비용 고열량탄 전용 발전소로 설계했지만 이번 9·10호기는 최저열량탄 보일러로 설계해 약 4348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 여름철 준비를 위해 건설 중인 신평택 복합화력도 공기를 단축해 건설비용을 절감하고 투자비 조기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운영비가 비싼 발전소를 두 번째로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저비용 고효율 설비 확대로 안정적인 현금 유입 창구를 확보해 해외진출 기반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신재생에너지·온실가스 감축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청정석탄발전·연료전지·해양에너지개발·탄소 분리 저장·고효율 가스터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선 태안IGCC와 가로림조력을 빼 놓을 수 없다. 이들은 각각 380㎿·520㎿급으로 규모 면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압도한다. 태안IGCC는 국책과제로 한국형 친환경 석탄발전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사업이 성공하면 태안IGCC 모델은 다른 발전소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청정석탄화력 수출산업의 선봉에 설 것이다.

바이오매스는 유기성 고형연료 연소를 지난해 1만톤에서 올해는 10배인 10만톤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미 수도권매립지 등 2곳과 연료 공급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다. 팜껍질 등 다른 연료를 섞어 쓰는 혼소사업도 확대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을 채워나갈 계획이다.

◇`양손잡이 사업전략`으로 국내와 해외사업의 절묘한 조화=해외사업도 불씨를 당기고 있다. 기존 동남아 지역에 집중된 해외사업 추진 지역을 미국·몽골·러시아 등으로 확대한다는 게 올해 목표다. 라오스 정부와 전력수급계획 수립 지원 컨설팅사업을 추진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도 발전소 건설·운영·유지보수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

서부발전은 국내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 확보 수준의 공익성 사업에 주력하고 해외 사업은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기대 수익률은 국내가 7%, 해외가 13% 정도다. 양쪽 사업에 적절하게 역량을 분배해 조화를 이룬다는 이른 바 `양손잡이 사업전략`이다.

서부발전의 해외사업은 철저하게 고수익을 추구한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인도 마하라쉬트라 복합발전소가 대표적이다. 388㎿ 규모인 발전소 예상 수익률은 39%에 달하는 초 고수익 사업이다.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 사업도 원가가 저렴한 라오스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단가가 높은 태국에 판매하는 사업이어서 고수익이 전망된다.

중장기 과제로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네바다 125㎿ 태양광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밖에 필리핀 레돈도 50㎿ 풍력, 인도네시아 40㎿ 바이오매스 등도 추진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2020년 해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800억원의 지분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연료 수급 경쟁력도 개선했다. 동절기 전력수급기간 동안 평년 피크대비 고열량탄을 추가 확보해 수급 안정성을 확보했고 태안 3부두를 신설해 체선료도 절감했다. 인도네시아 남부 칼리만탄 해상선적터미널 사업과 중소광산 직거래 추진 등을 통해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신규 건설사업은 총 7500㎿ 규모다. 국내 건설 르네상스를 해외에서도 재현하는 모습이다. 연료비 상승과 환율 등 해외 경제 변수에 대한 선제적 위기대응 체계도 갖췄다. 서부발전은 글로벌 발전시장을 무대로 새로운 개척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젊고 역동적인 기업문화

`Young & Dynamic`.

김문덕 서부발전 사장이 올해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가치다. 김 사장은 전 직원이 젊음과 역동의 DNA를 갖춰 공기업의 보수적인 울타리를 탈출할 것을 주문했다.

내부적으로도 젊음의 문화를 흡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해 외부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전 직원 페이스북 계정 만들기 UCC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미래 서부인으로써 회사 브랜드 제고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인재 채용에서도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필기시험을 치르는 정기 공채제도가 비효율적이고 관행적이라고 판단해 폐지했다. 다양한 맞춤형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채제도를 폐지하면서 도입한 것은 청년인턴제도. 정규직 인턴·국가유공자·마이스터고 출신자 등 예비 서부인을 뽑고 이들을 8개월 동안 경쟁시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올 초에도 67명이 최종 합격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8개월간 인턴생활도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복리후생·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행복 에너지 정다운 이웃`이라는 슬로건 아래 조직된 사회봉사단을 중심으로 저소득층 지원과 지역문화 육성에 나서고 있다. 63개 팀으로 구성된 서부발전 봉사단은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43개 농촌마을, 33개 사회복지기관과 결연을 맺어 맞춤형 봉사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와 사회공헌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해 발전소 주변지역 취약계층 1004세대에 6000만원을 후원해 왔으며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관심을 북돋우고자 전국의 대학생 80명을 선발해 대학생사회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CEO와 함께 찾아가는 자선음악회` 프로그램을 운영해 문화적으로 소외 받는 계층과 지역시민들을 위해 희망과 음악을 선물하는 등 문화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인터뷰/권재성 한국서부발전 기획처장

“저비용 고효율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건설 사업을 수행하는 올해가 바로 그 체질을 개선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권재성 한국서부발전 기획처장은 올해 진행하는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발전 효율이 높은 설비들이 하나씩 건설될 때마다 국제 연료비 변동에 대한 내성도 점차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기침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란 사태로 인한 무역리스크 등 연이은 이슈에 연료비가 고가 행진을 거듭하는 때에는 고효율 설비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처장은 “중유는 26.2%, LNG는 20.3%나 가격이 올라 해당 연료 연소설비가 많은 서부발전 입장에선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태안 9·10호기를 분기점으로 해서 연료비 리스크가 적은 설비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 처장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전체 전력생산의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목표를 2015년께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 6개사 중에서는 가장 빨리 RPS 목표치에 도달하는 셈이다.

권 처장은 “서부발전은 다양한 태양광·풍력사업과 함께 태안IGCC나 가로림 조력같은 대단위 녹색전원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며 “RPS의 차질 없는 이행과 농산부산물을 이용한 반탄화 바이오매스와 같은 신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외부적으로는 소통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에너지(Energy)·환경(Environment)·전문지식(Expertise)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하는 서부발전의 2020년 비전인 `3E`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임직원들이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권 처장은 “회사의 비전, 창립 이래 최대 건설 프로젝트 등 이 모든 것을 달성하려면 임직원이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한다”며 “올해 서부발전의 핵심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젊음`과 `역동성`도 직원들의 하나 됨이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서부발전 국내 건설사업 현황

자료 한국서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해외사업 현황

자료 한국서부발전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