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5000년 전에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가치를 생각해 낸 우리 조상들이 대단합니다. 지금 스마트 혁명에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닐까요.”
올해 창업 10주년을 맞아 홍익인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는 고광일 고영테크놀로지 사장의 말이다. 홍익인간이 우리에게는 익숙한 말이지만, 낡은 가치가 아니라 스마트 혁명에 가장 적합한 단어로 재해석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영테크놀로지는 3차원(3D) 검사장비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강소기업이다. 경기 불황에도 고영테크놀로지는 오히려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회사의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기술에서 일본을 앞서 보자는 엔지니어로서의 `한(恨)` 때문이었다. 이상은 현실이 됐다. 현재 일본 기업들조차 고영테크놀로지 3D 검사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고영테크놀로지가 기술 부문에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앞으로는 좀 더 확장된 의미의 가치를 구상하고 싶었습니다. 그 때 `홍익인간`이란 문구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고영테크놀로지는 중견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열정과 의지로만 성과를 이룩했지만, 앞으로는 회사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력을 재배치하고, 과감한 시스템 변화도 시도했다. 처음에는 직원 반발도 거셌지만, 고 사장은 인내심을 가지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곳곳에 건의함도 만들었다.
고 사장은 직원들에게 `지난 10년간의 성과는 깨끗이 잊으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한다는 `폐기 학습`을 요구한 셈이다. 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작은 성공에 취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만심이 만연했고, 회사 혁신 속도도 점차 느려졌다.
“10번째 생일을 맞아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성장통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10주년 행사는 단순히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고영테크놀로지가 어떻게 혁신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고 사장은 복지 수준을 높여 직원 사기 진작에도 집중하고 있다. 혁신과 보상에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인텔을 벤치마킹해 입사 7년이 넘은 직원들에게 3개월 유급휴가를 주고 있다. 해외 연수를 가는 직원에게는 비용을 지원하고, 정밀 건강진단도 무상 제공하고 있다.
“복지를 확대하면 당장 회사 비용 구조가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잠재력은 높아질 겁니다. 지금처럼 사람을 믿고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