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완 삼육대 컴퓨터학부 교수 hwkim@syu.ac.kr
최근 취업을 앞둔 청년의 `스펙 쌓기` 열풍이 뜨겁다. 하지만 정작 많은 스펙을 쌓아도 취업이 되지 않아 청년백수를 전전하고 있는 이른바 `스펙푸어(Spec Poor)`가 늘고 있다. 올해는 500대 기업이 신규 채용인원을 지난해 보다 1.3%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바늘구멍을 뚫으려는 취업준비생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은 정확한 자기분석 없이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펙을 쌓기 위해 외국어 학원에 다니거나 어학연수·유학을 다녀오기도 하고 자격증을 따러 또다시 학원에 등록한다. 취업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일은 주위 학생들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청년시절 꽃다운 나이에 스펙이란 사회적 잣대에 얽매어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학생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스펙푸어 세대들에게 실무교육의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정부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육대학교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지난해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과 공동으로 운영한바 있다. 일명 `DB취업아카데미`는 무상으로 DB 실무교육을 집중 실시하고, 연수생들을 DB기업 또는 일반기업 DB직무에 취업하도록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최근 빅데이터·정보보안 등 사안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기업의 DB 전문인력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에 비해 대학 교육 수준은 DB를 소개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있어 학생을 대상으로 한 DB 관련 시스템, 툴, 프레임워크에 관한 심화된 실무교육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DB취업아카데미는 이런 애로사항을 모두 충족시켜 주었다. 더불어 진행된 조별 프로젝트에서도 산출된 최종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된 학생들도 적잖이 많았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절반 이상 학생이 DB기업에 취업하였고 실무역량을 갖춘 덕에 아직 취업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기업의 인력요청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또 어렵다는 DB전문가 자격검정인 SQL전문가 자격검정(SQLD)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해 실무형 교육, 전문 자격증 취득, 취업으로 이어지는 3박자 효과를 맛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대학에서는 DB교육을 실무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실습시간을 대폭 확대하고, 기업과 정부에서는 대학의 DB실습이 가능하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DB는 전국 385개 대학에서 정규교과로 채택하고 있는데 그 전공분야는 다양하다.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공학 뿐 아니라 산업공학, 모바일공학, 통계학, 경영정보학, 문헌정보학 등 이공계열과 인문계열까지 DB를 교과과정으로 일부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DB관련 교과는 컴퓨터공학 커리큘럼에서도 심도 있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부교과에 대한 실무교육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형 DB직무자 수준과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의 전문성 차이가 심해지면서 국내 DB산업은 매년 심각한 수준의 DB인력 수급 불일치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학 자기반성도 시급하지만 기업과 정부에서도 대학의 DB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DB취업아카데미와 같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중·고급 수준의 실무형 DB인력양성을 위해 대학과 함께 손을 잡고 지원해주는 시책이 확대 실시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대학이라는 제도권내 교육기관을 통해 DB 전문인력이 원활히 배출되고, 이러한 인력들이 다시 사회에서 건전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며 많은 경험과 지식을 대학에 환원할 때에 비로소 DB전문 인력 선순환적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