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82>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소중한 가치와 사회적 기강이 붕괴하는 현실을 탄식하는 표현.

과거 어른들이 신문 방송에서 기존 질서와 통념에 어긋나는 언짢은 뉴스를 접한 후 탄식처럼 내뱉으시던 `도대체 나라가 어찌 될려고...` 류 표현의 인터넷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 현실이나 뉴스를 접할 때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라고 코멘트하면 적절하다. 다만 사회에 대한 진지한 우려와 걱정보다는 현실에 대한 냉소나 가벼운 거부감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뉘앙스가 다르다. 사안의 경중과 상관없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습관처럼 붙이기도 한다.

이 표현은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 소동을 벌인 한 중년 남자에 관한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유래했다. 사업 실패 후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던 남성이 10층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투신하겠다며 소동을 벌이는 가운데 방송 기자가 집안으로 들어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왜 그러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남성이 “억울해서요.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황폐화되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라고 답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마치 구호를 외치는 듯도 하고, 마이크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듯도 한 묘한 말투와 가정과 사회의 무너짐을 탄식하는 남자의 애타는 마음이 결합돼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남자는 경찰과 대치하다 결국 추락했으나 미리 설치한 안전 매트리스에 떨어져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이후 이 표현은 무너지는 사회 기강과 가정의 해체, 전통적 가치의 실종을 안타까와하는 네티즌의 마음을 나타내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야구를 소재로 한 모 웹툰에선 `선발이 무너지고, 계투가 무너지고`로 패러디됐다.

인터넷에선 불륜 현장을 들키자 베란다 에어컨에 매달렸다 추락해 숨진 모 목사의 발언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 생활 속 한마디

A: 부장님, 선약이 있어서 오늘 회식은 참석 못 할 듯 합니다.

B: 신입사원이 회식에 빠지다니...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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