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유명무실해진 SW 기술자 신고제도(경력신고제) 폐지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도 제도 폐지 또는 개선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13일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유관부처는 SW 기술자 신고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업계의 지적이 잇따르자 이달 안에 관계자 회의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SW 기술자 신고제도는 정부가 SW 인력의 경력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2008년 12월부터 시행한 제도다. SW 인력이 경력을 증명받으려면 각종 자격증이나 과거 근무한 회사에서 근무경력 확인서 및 기술경력 확인서 등을 떼어와 첨부해야 한다.
도입 초기부터 논란을 빚은 이 제도는 경력증명으로 기술자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곤란한 데다 전에 다니던 회사가 없어지면 이마저도 증명할 길이 없다.
자격증·학위 등을 우선 평가하므로 실제 업무능력 및 현장경험 갖춘 고급 엔지니어를 선별하기 어려웠다. 또 여러 개발자가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특정인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프리랜서는 경력을 입증할 방법이 제한돼 경력 축소 불이익도 당했다. 증빙 비용 경력자 부담원칙도 문제다. 경력 부풀리기도 조직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장왜곡 요인으로까지 지적됐다.
유명환 이분투 사장은 “경력이 3년밖에 되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개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석·박사 출신으로 특급 개발자로 분류되더라도 코딩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있다”며 “신고제도는 건설 분야의 연차별 노임단가 책정 기준을 SW 업계에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 독일 뮌스터대 유럽정보시스템연구센터(ERCIS) 연구원은 “정부에서도 이미 SW사업 대가 산정 기준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개발자 경력관리를 정부에서 할 명분은 없어졌다”며 “이미 다년간에 걸쳐 실효성이 적고 SW 기술자 간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검증된 만큼 신고제는 전면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SW 기술자 신고제도에 대한 업계 및 학계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제도 폐지 혹은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16일 관련 부처가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대진 지식경제부 SW진흥과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주최로 지식경제부 담당자,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16일 열기로 했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취지이나 SW 기술자 신고제도 도입 목적이 분명했던 만큼 폐지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W기술자 경력신고제 현황 및 문제점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