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8>`모두`하자고 해서 `누군가` 하기를 기대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다!

한 마을에 `모두(everybody)`와 `누군가(somebody)` `아무나(anybody)` `아무도(nobody)`라는 이름의 네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심각한 문제가 생겨 네 사람이 회의를 했다. 토론 결과 `모두`가 그 일을 맡아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두`는 `누군가`가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누군가` 화를 냈다. 그것은 `모두`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모두`는 `누군가`를 책망했다. `모두` 동의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은 언제나 나 이외의 `누군가`가 그 일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사실 일상에서 직면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들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일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가 먼저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기다리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떤 일이 잘못되면 `모든 사람들`이 거의 다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누군가`가 책임져주기를 기대하지만 `아무나`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결국 `아무나` 불러다 추궁하기 시작하지만 `아무도` 책임질 사람을 찾지 못해서 `모든` 일이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사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링겔만 법칙이라고 있다. 줄다리기를 할 때 사람 숫자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줄 당기는 힘이 늘어나야 됨에도 불구하고 줄어드는 현상을 지칭한다. 사람들에게 공동의 책임을 물으면 대중들은 공동의 책임 속으로 숨어버리고 누군가가 해주기를 기대하고 의존하는 성향이다. 무엇인가를 집단으로 추구할 때 개개인별 책임을 정확하게 지정해주지 않으면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머리를 들기 시작한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발을 빼기 시작한다. 렌터카 세차해서 반납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와 공공어장의 물고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