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KIMM) 원장이 올해 ‘환골탈태’를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아픈 상처’를 모두 털어내고 새 틀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기관은 오로지 국가 R&D를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과 시스템으로 무장 중이다.
최 원장은 올해 화두로 ‘근고지영(根固枝榮)’을 내놨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말이다. 뿌리는 원천기술을 의미한다.
“뿌리가 튼실하면 가지가 많이 뻗는 법입니다. 자연히 알찬 열매도 많이 달리겠지요. 마찬가지로 기계연구원도 원천기술 개발로 세계 일류상품을 많이 만들어 국가 기반산업 육성에 앞장설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최 원장은 “직면해 있는 도전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 신르네상스를 열어갈 초석을 놓는 한 해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기관 경영 화두는.
▲최근 스마트 열풍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소비자가 애플 스마트폰을 구매하려고 기다리며 줄서는 ‘충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계산업도 ‘스마트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기계산업 스마트화를 단순한 IT 기반 융합기술에서 찾아서는 곤란합니다. 고객이 상상하는 것보다 한 발짝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진정한 기계산업의 ‘스마트화’는 기계산업 ‘서비스화’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국민이 고객입니다. 기계기술 R&D 전문성을 기반으로 연구 정체성을 확립하고, 융·복합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계 분야 R&D 허브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고객만족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R&D 성과 확산시스템 강화와 고객 맞춤형 기술 서비스 등으로 고객 감동 서비스를 실천해 갈 것입니다.
글로벌경영 부문에선 개방형 변화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시스템화로 맞춤형 협력파트너를 발굴하고 국가별·기술별 기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것입니다.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정부의 국가 R&D 투자 확대와 함께 국가 R&D 컨트롤타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으로 출연연 지배구조가 바뀌는 등 출연연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계연만의 전략이 있다면.
▲기계연은 지난 35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기술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현재 세계 기계기술을 선도하는 단계에 진입해 있습니다. 축적된 역량과 자신감을 잘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계연 만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를 구체화할 것입니다.
새해 두 개 연구본부를 신설했습니다.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는 신성장동력 분야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LED·태양광 등 첨단 생산장비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극한기계부품연구본부’는 극저온·초고온·초고압·초고속 등 극한 환경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계류 및 부품 개발 등 기존 보유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영역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국가 R&D 기획과 예산, 평가, 성과활용 등 전 주기에 걸친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R&D 전략체제는 이제 기관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기계연도 이에 맞춰 기존 ‘정책연구실’을 전략기획본부 소속 ‘전략연구실’로 변경해 전략기획본부의 기술전략 수립과 연구기획, 국제협력 및 산학연 협력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연구본부들이 혁신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전략기획본부와 경영관리본부 등 지원 조직이 신속하고 발 빠르게 연구원의 ‘브레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정부가 나노, 로봇, 바이오·헬스 등 주요 신산업 분야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과 글로벌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기계연은 어떤 방향으로 R&D를 전개해 나갈 계획인지.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 연구원들에게 강점기술 분야에 집중해 세계적 수월성 연구그룹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융합기술 개발을 통한 가치 창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IT·BT·NT 등 타 분야 융합 신기술 창출을 지원하는 기반 기술인 기계기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기계 기반 융합기술 개발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주력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나노·마이크로 융합 생산시스템 기술, 극한 환경 운용 기계기술, 환경·에너지 플랜트 기계기술 개발 등 미래 유망기술 발굴 및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창의적 원천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 정부가 중소기업 R&D에 7150억원을 투입합니다. 기계연은 어떤 중소기업 지원책을 갖고 있는지.
▲기계 분야 중소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기술을 매년 130건 이상 밀착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경남권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동남권 기계기술교류회’를 전국 교류회인 ‘KIMM-기계기술교류회’로 발전시켜 중소기업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경남 및 부산·울산 지역 170여 기업의 기술 네트워크 구축과 현장중심 밀착지원, 지역별·산업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운영해 온 ‘동남권 기계 기술교류회’를 확대한 것입니다.
지난해 이 일로 지식경제부 중소기업 지원 시범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기계연은 보유기술 분석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제고할 수요자 맞춤형 기술을 개발할 것입니다. 산업계와 협력을 통한 기술이전 및 사업화 추진 등 연구원 고유의 프로세스를 정착, 발전시켜 중소기업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자기부상열차’가 내년 인천공항에서 상용화되는데 현재 어느 정도 진척돼 있나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노선은 인천공항 교통센터에서 공항철도 용유역까지 6.1㎞가 연결됩니다.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올해 8월부터 종합 시운전이 시작됩니다. 현재 건설공사 공정은 65% 정도 진행됐고, 자기부상열차 차량은 5월부터 매월 2량씩 제작돼 8월까지 총 8량이 인천공항에 설치됩니다.
2013년은 역사적인 해가 될 것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도시형 자기 부상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 1989년 국책 기술개발 사업으로 기초연구부터 시작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용화에 이르게 됩니다. 국가 주도로 전주기 기술개발 성과를 달성하게 됩니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대형 국가 연구개발사업 롤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기부상열차 제작 기술의 시장 전망과 향후 계획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입니다. 해외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저소음, 저진동, 무분진 친환경 자기부상열차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LCD 공장용 무분진 청정 이송 시스템에도 자기부상기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원전과 같은 대형 플랜트 수출 품목으로도 가능성이 큽니다.
기계연은 현재 시속 500㎞로 운행하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핵심 기술인 자기부상 및 추진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향후 10~30년을 준비하는 미래 연구입니다. 이를 위해 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관련 국가 기술 개발 과제와 장기 대형화 과제를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기계연은 창립 35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굵직한 연구성과도 간간히 나왔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난해 초 개발한 10㎚급 나노측정 원천기술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 기술로 채택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나노측정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공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기계연이 총괄하고 대우버스가 제작한 친환경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는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과천, 여수에서 총 8대가 시범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에 한 발 다가갔습니다.
공격적인 지식재산권(IP) 경영전략을 추진한 결과 지난 한해에만 특허등록 건수가 379건으로 전년 대비 65%나 증가했습니다.
기술이전은 101건이고, 기술료 수입은 55억원을 올렸습니다. 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논문도 146건을 게재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전했다고 봅니다.
<최태인 원장 프로필>
△1950년 5월생
△학력 사항
-경남고등학교
-서울대학교(응용물리학)
-미국 플로리다대학원 전기공학 석·박사
△주요 경력
-2011년 11월~현재 한국기계연구원장
-2011년 12월 한국과학기술원 해양시스템공학과 대우교수
-2011년 11월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위원
-2010년 12월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
-2005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 본부장
-2004년 3월 국방과학연구소 기술협력부장
-2002년 12월 국방과학연구소 항만감시체계 사업책임자
-2000년 1월 국방과학연구소 기술개발부장, 해상시험장장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