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거치지 않고, 뇌를 직접 자극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인공시각' 실현 가능성을 높일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은 뇌과학연구소의 성혜정·임매순 박사팀이 이 가능성을 높일 초박막 투명 신경전극을 개발했다. 이 전극은 빛을 뇌에 전달하면서, 빛 자극으로 발생한 신경 신호를 깨끗하게 기록할 수 있다.

인공시각 구현에는 신경세포에 빛을 전달하는 광유전학 기술이 필수다. 동시에 인공시각 품질을 확인하고 빛 자극 효율을 높이려면, 뇌 신호를 정확히 측정할 신경 전극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금속 전극은 광유전학을 위한 빛의 투과를 막고, 통과시켜도 강한 전기 잡음이 뇌 신호를 덮어버렸다. 투명하면 전기가 잘 통하지 않고, 전기가 잘 통하면 빛이 막힌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15분의 1 두께 투명 전극으로 이를 해결했다. 금속을 입힌 전극 표면에 특수 코팅을 적용해 금 원자를 얇고 고르게 펼쳤다. 기존 100나노미터(㎚)던 금 박막 두께를 10㎚로 줄였다. 전극 전체 두께는 약 4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해 뇌 표면에 자연스럽게 밀착된다.
개발 전극은 빛의 65% 이상을 통과시키면서 기존 수준 전기 신호 측정 성능을 유지했다. 빛 자극 시 발생하는 전기 잡음은 최대 74% 줄었고, 2만 번 구겼다 펴는 실험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실명한 쥐의 뇌 표면에 개발 전극을 올리고 파란빛 기반 광유전학 기술로 신경세포를 자극하자, 정상 시각 마우스의 뇌 신호와 78% 일치하는 인공시각 신경신호가 생성됐다. 세계 최초 결과로, 뇌 시각 중추를 빛으로 자극해 '실제 보는 것'에 가까운 반응을 유도한 것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핵심 부품으로도 활용이 기대된다.
성혜정 KIST 선임연구원은 “투명하면서도 전기가 잘 통하는 전극을 만들어, 광유전학 자극과 이미징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임매순 KIST 책임연구원은 “빛과 신호 기록을 동시에 처리 가능해 첨단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난치성 신경·감각 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를 이끈 성혜정 KIST 선임연구원은 KIST 대표 인재 양성 프로그램 'KIST 영 펠로우'에 선정돼, 초박막·고유연성 뇌전극 플랫폼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최신 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