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왜 정부에 CFO만 많고 CTO · CIO · CSO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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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새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침해금지법(SOPA), 지식재산권보호법(PIPA) 입법화에 반대한 글이다. 온라인 저작권 침해 행위가 심각해 법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사이트 강제 폐쇄와 도메인네임시스템(DMS) 차단과 같은 지나친 규제는 인터넷 개방과 혁신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 문제로 시끄러운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셋이 함께 이 글을 썼다. 하워드 슈미트 최고보안책임자(CSO), 애니쉬 초프라 최고기술책임자(CTO), 빅토리아 에스피넬 예산관리국 지식재산권 강화 조정관이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다. CTO는 미국 정부 역사상 처음으로 2009년에 만들어진 자리다. 72년생 초프라가 임명됐다. 버지니아주 기술장관을 역임할 때 기술을 접목해 주정부, 교육, 의료를 혁신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오바마정부는 부시정부 시절 국가 사이버 보안 전략을 짠 슈미트의 경험을 높이 사 CSO로 중용했다. 백악관은 최고정보책임자(CIO)도 운용한다. 한국, 일본처럼 고도의 정보 인프라와 전자정부 추진이 임무다. 전 워싱톤DC CTO였던 비벡 쿤드라에 이 일을 맡겼다. CTO, CIO, CSO는 정보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사이버 보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오바마정부의 의지가 담긴 자리들이다. 청와대에도 꼭 필요한 자리들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정보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활용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기술 전략은 구심점이 없이 표류한다. 잇달은 디도스 공격 등 사이버 안보도 매우 취약하다. 이런 기능이 정부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여러 부처로 흩어졌다. 부처 내에선 찬밥이다. 청와대엔 조정자도 없다. 청와대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줄기찬 요구를 못 이겨 2009년 8월 IT특보를 신설했다. 그런데 오해석 IT특보 아래 조직, 예산이 없다. 무늬만 특보다.

 지식경제부는 2010년 6월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을 신설했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CEO도 영입했다. 산업계는 그에게 사실상의 국가 CTO를 기대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은 신청한 것의 10분의 1로 삭감됐다. 역할도 지경부 일부 과제로 축소될 듯하다. 국가 CTO는커녕 지경부 CTO도 되기 힘들다. 10년 뒤 먹을거리를 찾겠다고 만든 조직이 불과 1년 반 만에 존폐 위기다. 2020년까지 ‘세계 5대 기술강국 도약’, ‘10대 선도기술 발굴’, ‘100개 세계 1위 사업 육성’이라는 전략기획단의 선언이 부끄럽다.

 보안 사고는 하루이틀이 멀다 하고 터진다. 주민등록번호가 외국에서 거리낌 없이 유통된다. 중국과 북한발 사이버테러로 모자라 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가 집권 여당 측의 공격을 받은 나라다. 개인정보야 당장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구멍 난 사이버 안보를 어찌할 것인가. 정작 청와대와 국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기업엔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진다. CEO가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없다. 기업 규모에 따라 재무, 기술, 정보기술, 마케팅, 고객관리, 보안 등 분야별 책임자를 두고 권한을 위임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에만 관여한다.

 국가 경영이다. 대통령도 분야별 책임자를 둔다. 청와대 수석이다. 디지털 시대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청와대 경제수석부터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감원까지 최고재무책임자(CFO)만 넘친다. 너무 많아 갈팡질팡이다.

 총선과 대선이 이어지는 선택의 해다. 여야 모두 선택을 받으려 애쓴다. 절박하다. 청와대에 CTO를 비롯한 디지털 조직을 신설하는 공약은 어떨까. 확 달라지고, 미래를 향해 가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기엔 아주 좋은 신호가 아닌가.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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