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정부지수 세계 최고라는데

 우리 전자정부지수가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가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완해 살핀 결과다.

 개발도상국에서 우리 전자정부체계를 배우려한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던 터라 기껍다. 가정용 유선전화 월 이용료와 도시쓰레기 재활용률도 각각 34개, 28개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인구 100만명당 특허 출원 수(1위), 연구개발 지출비율(4위),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출비중(3위) 등 고무적인 지표가 많았다.

 아쉬운 것도 있다. ICT ‘서비스’ 수출 비중이 32개 회원국 가운데 30위에 불과했다. 우리 ICT 산업이 여전히 ‘주문대로 제품에 맞춰 주는 단계’에 머물렀음을 방증한다. 오래전부터 주요 통신사업자가 미주와 러시아연방 등지로 꾸준히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ICT 강국’이라는 자부가 무색하다.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세계화’로 수식했으되 실효가 없는 정책을 짠 정부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같은 기술을 선점한 뒤 제품을 수출하면 독점 시장이 열릴 줄 알았다. 20세기 소니 ‘워크맨’ 신화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아이폰’ 같은 게 통했다. 제품 안에 고기능뿐만 아니라 편의와 문화를 담아내야 했다. 우리는 그리 못했다. 한국 ICT 산업계가 여전히 애플과 구글 뒤를 뛰는 이유 아닐까.

 안타까운 것도 많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30위), 여성임금비율(19개국 중 19위), 산업재해사망률(23개국 중 22위) 등이다. ICT산업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 전반을 좀먹는 요소다. 정책이 나아갈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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